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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8월 7일 생각나는대로 쓰겠다고 쓰는 일이라는데, 사진을 찍는 일이랑 비슷하게 노래를 저장하는 일이랑 비슷하게 메모를 남기는 거랑 비슷하게 사실은 기억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기도 하고 잊고 싶지 않거나 이게 진짜였다고 남기고 싶어서 더 쓰게 되는 것 같다. 10년전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진짜 옛날 옛적 같고 그랬는데, 이제는 9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의 일이 되고 그 때도 기억하고 있는 것들. 그러니깐 상대적으로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일들이 벌어지던 시기다. 그냥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많이 하는 얘기 중에 하나가 시간이 해결해준다 라는 건데. 이 말 자체는 사실은 별로 효과가 없다.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기도 했고, 시간만 지나서 해결되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시.. 더보기
꿈-01 어젯밤에 꿨던 꿈이 인상에 남기도 하고, 꿈들은 이상하게 기억이랑 연결되는게 아닐까 싶어서 꿈들에 대해서 적어야겠거니 싶었다. 재미없는 꿈은 없지만, 재미있는 꿈도 없고 그냥 이상한 꿈들이 너무 많아서. 꿈의 전체 줄거리는 이랬던 것 같다. 연세대였고, 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일이 끝나면 한창 좋아하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 일이었다. 이상하게 화장실 문을 닦는 꿈이었는데, 클리너 같은 걸로 얼룩을 지워내는 꿈이었다. 녹슨쇠같은 얼룩을 지워내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그 청소가 물청소가 되고 바닥엔 왜인지 너무 이미지같은 똥이 있어서 그것도 치워야 하는 바람에 미적거리다가 꼭 우리학교 건물 같은 곳 밖으로 나갔다.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왜냐하면 오산과 서울 같은 느낌으로 캠퍼스가 멀었기 때.. 더보기
세제 세제를 바꿨다. 엄밀히 말하면 매번 세재를 엄마가 사다가 브랜드만 같은 걸로 내가 사오는 바람에 세제가 바뀌어버렸다. 옷장에서 며칠을 묵어두던 옷이 아니라 새로 빨래 하고 말려진 옷을 입을 때마다 어색하다. 외출이라도 하는 날에는 지난 밤에 다른 사람 집에서 자고 온 것처럼 이상하다. 그러고 보면 연애를 할 때 제일 조심스러워하던 아니면 설레는 때는 집에 가게 될 때였다. 초대를 하든 안 하든, 갑작스럽게 가던 간에 남의 집에서 자고 나면 옷 구석구석에 그 집 냄새가 묻는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사귀던 애가 집에 와서 자고 갔던 날에, 그러고는 나중에서야 헤어지게 됐는데 이상하게 방에서 그 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웠었으니 베게에 냄새가 베었으려나 하기도 했지만, 새로 꺼내는 옷마다 .. 더보기
여담 1. 솔직히 창원에서 진해까지 지도는 1시간이라고 했지만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족히 2시간은 걸린 것 같다. 안민터널로 가는 길에, 내가 왜 이짓거리를 하고 있지 더군다나 터널로 진입하기 얼마 전에 자전거 반납하는게 있어서 그걸 보면서 엄청나게 흔들렸다는게. 다 하고 나니 그렇게 좋을 수 없었던 것도 같다. 터널을 통과하고 진해시라는 표지판이 반가웠고, 진해루로 가면서 하천 같은게 바닷물일까 라는 생각에 설레고 바다냄새가 멀리서 오는 것 같아서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정작 바다는 감흥이 없지만 바다에 도착하기 전, 바다일 것 같은 것들에 더 설레는 것 같다. 2. 가려던 카페는 공사 중이라서 못가고 그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갔었다. 지리를 잘 아는 아저씨 한분과 편의점 카운터를 보는 분 덕에 엔젤리너.. 더보기
창원, 진해 어제는 창원에 들려서 진해에 다녀왔다. 사실 창원에서 동네를 둘러볼까 하다가 바다가 1시간 밖에 안 걸리는데 것도 못 보고 오면 으짜냐 싶어서 진해에 가게 되었다. 자전거를 끌고 갈까 생각해봤는데, 버스로 이동하고 그럴 때 불편할 것 같다며 자전거 빌리기를 찾아봤다. 누비자라며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있었는데, 사실 이거 때문에 솔직히 좀 반한듯 마산, 진해, 창원이 하나의 시로 통합되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딱 하나 이 자전거 시스템도 통합되었다는 점에서 나는 좋았다. 그러니깐 창원시에서 빌리고 진해에서 반납하는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해로 넘어가서 반납할 수 있었다며. 물론 7단 기어에 외관상 다 괜찮아보이지만,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는 살펴봐야 하는 것 같다.안민이라지만 도로는 하나도 편.. 더보기
10살무렵 어렸을 때 기억을 써보려고 하는데 생각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내 기억은 사건 순으로 기억되지만 그 순서는 없고, 그 때도 없다. 그러니깐 나는 "아 이거 n살 때 그런거야" 라는 식의 답을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라고 이야기하면서 뭉뚱그려지는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뒤죽박죽이기도 하고,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게 정말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까 싶은 것들이 있다. 가령 턱에 상처가 나있는 것에 대해서는 난 2층에서 떨어져서 그렇다고 기억하지만 엄마는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가 엎어져서 그렇다고 기억하고 할머니는 고꾸라져서 그렇다고 기억한다. 다쳤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어떻게 일어났는지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최면으로 과거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진실여부에 대해 말이 .. 더보기
증산동에 살았던 때를 생각하면 비가 오는 날이 왠지 많은 것 같다. 실제로 통계를 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억엔 그렇다. 학교에서 집까지 15분이면 가던 길은 사실은 동네의 절반이었고, 가로지르고 이곳저곳 쑤시지 않으면 30분이면 다 돌아보던 동네였지만 어떤 날은 우산도 없고 비가 마구 오던 날. 저학년의 친구들은 학교 앞에서 엄마나 할아버지가 우산을 들고 기다려주던 날. 우산 없는 애들끼리 집까지 가던 날이 있었다. 실내화 주머니를 머리에 쓰고 달리고 달려도 비가 오는 것 같아서 저 집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저 빌라 앞에서 숨 좀 돌리고 이제 골목을 돌아서서 새마을금고 앞에서 있으려는데, 왜 비는 쉴 때마다 더 많이 오는 것 같은지. 제일 집이 가까워서 우리집에서 숨 좀 돌리자 했는데 집에는 엄마.. 더보기
자기소개 가끔 글을 쓰면서 생각하고 싶었고, 그 생각이 잘 안되면서 글을 쓸 수 없어지다가 어느 때 울컥해버리면 밑도 끝도 없이 가라앉기도 했지만 술을 마시면서 술이 나를 마시기도 했고, 시와 사진은 닮았다면서 사진도 시도 좋아한다고 생각해보지만 그 마음보다 마음이 부족해서 말을 하지 않기도 하고 어렸을 땐 짱병걸린 꽥꽥이가 꿈이었지만 이젠 짱병만 걸려버렸고, 어리다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어리지 않아지고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5년후가 가끔씩 눈 앞을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면서 20대가 되긴 되었구나 하는데 어느새 꼰대질을 하는 건 아닐까 싶으면서 꼰대혐오증은 여전하고 이렇게 살다가 죽겠지 싶지만, 죽어도 죽는 건 아닐꺼라고 말이 안되는 말을 하고 하고 싶은게 엄청 많아지다가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고 .. 더보기
부고 며칠 전 아는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 듣지 않았고 뉴스피드에서 봤다. 정말 뉴스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난데없이 알게 된 것 같아서 이상했다. 쉽게 누군가 죽음을 가장한다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하는 쇼잉들이 많은데 그건 진짜였다. 제주도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제주도는 내가 지금에 있는 것이 될 수 있게 된 포인트였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만났고 말을 하고 들었고 친구와 싸우고 그 뒤에나 가서 화해하고 실수하고 사과하고 풀고 웃고 울고 그랬던 곳이었다. 그 언니의 꿈은 퇴사를 하고 동생과 카페를 차리는 것이었다. 이름도 정해두고 메뉴도 하나하나 이야기해주면서 같이 있는 사람들이랑 이 메뉴는 어떻고 그 메뉴는 어떠니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를 농담반 하지.. 더보기
8월 3일 제목: 오늘의 득템 사진을 찍어놓고 새삼 알게 된건데 사진들이 걸려 있는 사진들이 죄다 앞을 보고 있다. 자칫하면 눈을 마주치거나 풍경 속에 숨어버리거나 하기 좋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이 진짜라고 믿는게 피해의식인 것 같다. 제목: 훔쳐보기 나무들만 보면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싶다가 그 뒤에 나오는 아파트들이 보인다. 사실은 눈으로 보면 안 보이는 것들이다. 난 나무만 보고 있으니깐. 하지만 사진을 찍어야 보인다. 그래서 조금 더 팔을 올리거나 옆으로 틀거나 하면서 그걸 어떻게든 안 보이게 해보고 싶은거다.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USB 같은데 실은 카메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