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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다녀와서 필리핀 필리핀을 다녀오고 나서 사진을 돌아보다보니 아이들 사진이 유난히 많았다. 아, 어쩌면 필리핀의 흔한_가난한_이미지를 강조하는 사진들이 배경으로 나와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사진이 많은건, 아이들이 카메라만 보면 좋아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신기한건지 아마도 그런건가 싶을정도로 카메라만 보면 호기심에 따라오는 모습이 눈에 걸렸다. 사진 찍을래? 라고 물어보면 수줍어 하는지 무표정하면서도 가만히 있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엄청나게 밝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그 포즈 취하는 걸 보고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나타나서 사진을 찍어달라는데 나도나도 하면서 오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난 후에는 굳이 보려고 안 하는건지, 아니면 보여달라고 하기 수줍은건지 그냥 서로 꺄르륵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 더보기
Philippine 2013 06 26 - 2013 07 02Manila, Batangas, Baguio 더보기
공복상태 애초에 나는 먹는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내가 가지고 있는 기대라는 것은 허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먹는다는 것에 대한 기대이고, 그렇기 때문에 음식의 양이 질보다 중요하다. 패스트 푸드는 빠른 시간내에 그 허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유의미하고 이것의 공정과정이나 건강에 미치게 될 영향은 중요순위에서 밀리게 되는 이유다. 먹는다는 것은 자극적인 행위다. 호두를 먹고 나서 남는 것은 호두가 가지고 있는 향이 혀에 남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호두가 이빨을 통해 깨지고, 그 깨진 것들이 혀와 입안에 남긴 자극들이다. 단 것을 먹을 때 배불리 먹을 때 내가 느끼는 것은 포만감이 주는 일종의 도취상태 같은 것이고, 멍하게 있으면서 만족상태에 있지만 그 상태 .. 더보기
2013년의 6월 "어떤 성향을 지향한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떤 성향이냐고 물어본다면, 그런 질문을 듣기 싫어하는 성향이에요. 라고 대답해주고 싶지만 그 말은 어떤지 전 술 마시는 걸 좋ㄹ아하는 성격이에요^^ 라고 말해버리는 것 같아서"1. 물론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성격으로 인해 성격을 파악할 수도 있다. 대신 저 질문을 좀 더 구체화시켜서 몇 명과 (혼자 포함) 마시는 걸 좋아하는지, 술은 어떤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지에 따라 술자리의 성격을 추측할 수 있고 그걸 통해서 대충 이런 사람이겠거니 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2. 며칠전에 심리테스처럼 무성애자 테스트를 해봤는데 데미섹슈얼이 나왔다. 그러니깐 첫눈에 반하고 이러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이.. 더보기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연애가 하기 싫다. 머리가 짧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나 목소리도 아니거니와 성격도 아닌 탓에 내 성적지향에 말이 많다만 각설하자면 연애가 귀찮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애인과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간들을 조정해야하고, 그 생각들로 미뤄지던 일과들이나 우선순위가 바뀌고 데이트하고 싶은 곳들을 찾아보거나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충만’해서 찾아보는 ‘시간’이 너무 많다. 이런 시간들 속에서 사는 것이 나쁘지 않다. 아니, 나쁘지 않다. 라고 부정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만큼 만족스럽다. 그 일과들을 하루하루 수행했다는 뿌듯함, 이런 나를 보고 친구들은 무성애자나 이성애자, 동성애자도 뭣도 아니고 자아성애자라고 이야기한다. 스스로와 보내는 시간을 너무나 좋아한다면서 말이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 아무것도 전.. 더보기
생일 1. 생일 때쯤에 우울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새해가 겹쳐서 애매한 타임이라고도 생각했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기 힘들어지는 일은 너무 빈번했고, 그 들뜬 분위기들 속에서 도대체 새해가 뭐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1월1일은 새해보다는 생일의 의미밖에 없다. 유치하기도 한 이런 생각은, 별 다른 의미 없이 지나가는 날 밖에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들떠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고. 매일매일이 시작되고, 내일을 다짐하는데 또 다시 내일을 다짐해야 할 새해 라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서. 1-1. 소원이 있다면 12월 31일에 좋아하는 (그리고 서로 아는) 친구들을 모아두고 카운트 다운을 한 뒤에 케익에 올라간 촛불을 불고 생일을 맞이하고 싶다. 아나 왜 1월1일이세요.2. 타종행사라니. .. 더보기
나도 잘 모르겠는 것들 생일축하하는 메세지를 쓰다가 생각했다. 생일축하한다는 메세지 말고, 나는 당신을 이렇게 만나서 좋았고 이러이러한 경험이 있었고, 앞으로 잘 부탁하고 잘생김의 활ㄹ동가가 되겠다는 메세지를 쓰다가. 새삼 수줍다고 생각했다. 이게 생일축하여? 라는 생각과, 왠지 모르게 수줍었다고.근데 다시 생각하길, 수줍다는 감정이나 생각 혹은 느낌이 뭔지 싶은거다. 보여주는데 어쩐지 부끄러운걸까. 문제의 시작은 이런거.나는 따듯하다고 잘 말하지 않고, 불편하다고 잘 말하지 않고, 싫다고 잘 말하지 않는다. 따듯하다 보다 춥지않다를 자주 말하며 불편하다보다 편하지는 않네 라고 자주 말하고 싫다고보다는 좋지는 않다고 얘기한다. 그 말의 역이 좋다싫다 가 되지 않는 것처럼 애매한 경계에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더보기
자기소개 1 1. 1호선 지하철이 움직인다. 내가 지하철에 타서 자리에 앉는다. 7개의 자리 중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양쪽 끝에 한 두명씩 앉아있다. 내가 앉은 자리 양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책을 꺼낸다. 두꺼운 책이다. 책을 읽어가며 창뒤에 보이는 풍경이 변한다. 건물들이 점점 낮아진다. 겨울을 맞이한 논밭이 보인다. 병점역이라는 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갑자기 내가 탄 칸에 사람들이 몰린다. 8-3, 8-4는 올라가는 계단과 제일 가까운 탑승구다. 역에 도착하자 학생들이 우르르 올라간다. 모두 다른 칸에 타고 있었는지, 한적한 지하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2. 지도를 펼친다. 체스판의 말처럼 생긴 말들이 지도위에 서있다. 일본 위에 있는 말. DVX-100B, 니콘 D-80을 들고 있다. 비행기에서 본 밭전자.. 더보기
갑자기 1.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부터 엄마는 전주로 나를 혼자 보냈다. 엄밀히 말하면 시작은 혼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버스를 타는 곳까지는 데려다 줬으니 말이다. 버스를 타고 이송되는 기분이었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특히나의 겨울의 풍경들이 있었다. 몇 번의 비슷한 모습으로 자리한 모습들 말이다. 초등학교 아이가 버스에 혼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은 어떤 풍경이 되었을까. 그것도 로봇 로고가 박힌 신발을 신고 여자색이라며 파란색만 고집한 소녀의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가 창밖을 보고 있는 풍경이라면. 과분하게, 라는 말처럼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기사 아저씨는 어린데 고생한다며 요쿠르트를 건내주었고, 다른 좌석에 앉은 아주머니는 호빵을 건내주고 한번쯤은 내 머리를 쓰담고 갔.. 더보기
1/ 1. 너무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행복함이나 만족감에 벅차오르기보다 불안해하는 편이다. 감정이나 생각 같은 것이 항구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결국엔 언젠간 없어지겠지 라는 생각에. 그것에 익숙해지면 질 수록 사라졌을 때의 공허감이 무섭다. 머뭇거리는 제일 큰 이유.2. 생각보다 괜찮다. 그 이전에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속상해서였는지 모르겠는데, 예상하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정말. 괜찮다. 3. 쉽게 하지 않는 것 1)동네에 데려오기 2)자주 가는 곳에 같이 가기 3)같이 잠자기 4)힘들다고 얘기하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