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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성벽위에서 저 별은 또 누군가의 이야기일까어떤이의 바람이 되어서 밤에 깨어 있을까별님 달님 들어주세요그렇습니다. 들어주시면 되는거에요갈 곳 없는 마음에 환승지가 되주세요.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되었네요. 마무리하지 못해 머뭇거리던 것이었는데이렇게 살고 싶어요이렇게 살아 있고 싶어요8월 22일 더보기
헌책방 헌책방엔 한창 묵은 책 냄새가 났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는 큰길로 나가는 곳에 헌책방이 있었다. 가게 앞에는 책들이 꾸러미로 쌓여있었고, 헌책방 안에는 사다리가 있어서 정말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책을 찾고 있었다. 분류는 있어도 정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책들 속에서 충분히 헤맬 수 있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저번에 대학로에서 중고서점을 가봤다. 흔히 말하는 노다지! 어떤 마음으로 샀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때의 밤들과 하루의 날들을 지냈을 것 같은 책들이 잔뜩 있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미 사라진 책을 읽는다는 것' 품절도서가 있는 벽면엔 이런 것이 써있었다. 다른 사람의 손 안에서만 있던 책들을, 다른 손으로 옮겨가는 것 같았다. 시간에 쫓기고 쫓겨서 달아날 곳이 없을 때. 시간도 공간도 없이.. 더보기
취미같은거 자전거를 탄다. 짐은 가벼울 수록 좋다. 첫번째, 생각했던 곳으로 방향을 틀어서 간다. 두번째, 신호등이 2-3개인 경우 먼저 신호가 바뀌는 곳으로 간다. 세번째, 노래는 진즉이 부를 수 있는 노래로 해놓는다. 노래 부르다가 숨 차는 건 본인몫 네번째, 11시가 넘은 시각이라면 휴대폰 배터리를 신경쓴다. 20%정도가 남은 상태라면 (그것도 아이폰이라면) 그게 어디든 집으로 가려고 한다. 다섯번째, 다녔던 곳을 기억하거나 얼마나 다녔는지 알고 싶다면 기점이 되는 곳을 사진으로든 뭐든 남겨둔다. 이렇게 하면 등판이 땀으로 흠뻑 젖고, 다리는 좀 후들거릴꺼고 중간에 만나는 오르막길에서 내가 왜 이짓을 하고 있는지 혼자 겁나 욕하게 된다. 여하튼 속은 좀 시원해진다. 가끔 정말 예쁜 밤하늘을 만난다. 가끔 밖에.. 더보기
겨울 맨발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빨개서 터질 것 같은 발가락이 보이는 것 같다. 너무 차가워서 감각도 없어지는 것 같다가 따듯해서 발 주위에 눈도 녹일 것 같이 열이 나는 것 같다. 눈은 창백하고 발은 빨갛게 올라오는 것 같다. 그녀가 그녀를 위해 끌어올리던 분홍색 극세사 이불이 보이는 것 같다. 애매하게 추워하면서 반팔에 양손을 허벅지 사이에 끼어놓은 장면이 생각난다.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씹어먹으면서 가던 길이 생각난다. 슬리퍼를 신고 시멘트로 된 내리막길을 뛰어내려가던게 생각난다. 사실 뛰어내려가려던게 아니라 내리막길이라서 멈추지를 못해서 급한 것 같은데 묘하게 긴장되는 이상한 기분이 생각난다. 슬리퍼가 뒤꿈치를 치면서 탁탁,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겨울은 춥고 그래서 따듯하다. 흩어져있.. 더보기
옛날 이야기 목욕을 하고 나면 한껏 나른해지기도 하고, 일련의 것들이 다 끝나버린 기분이라서 굉장히 나른하지만 또 기분이 좋다. 왜인지 돌아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목욕은 하지 않았지만, 운동이 끝나고 하는 샤워는 비슷한 느낌이다. 나는 지금 무언가 끝났다는 기분이 드는데 이게 불쾌하거나 불안하지 않고 눈을 무겁게 누를 만한 피로가 서서히 오는 것도 같고 기분 좋은 나른함이다. 5일동안 앓던 치통이 확실히 줄어들었고, 좋은 문장들 그러니깐 보고 감동하고, 턱 하고 치는 문장들을 보게 되었고, 정말 멋있는 걸 넘어서 그 당당함에, 침착함에 마음에 쑥 하고 박혀들어온 사람의 말을 들었다. 공부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길 바랬던건 내가 동경하던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 더보기
생각1 압박감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언제부터 이랬는지 다시 보기도 해보고. 그러다보니깐 필리핀 다녀와서 이렇게 된 것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 시간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탓이기도 하고. 필리핀에서 알게 된 건 바쁘지 않게 살아가기였는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계속해서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문제가 아니라. 바쁘지 않다. 라는 상투적인 표현보다는, 여러 가지를+동시에+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어떻게 보면 해치우려는 태도나 입장에서 보는게/하는게 아니라. 하나라도 제대로. 그리고 조급한다는 생각도 없이, 해야만하는 되야만 하는 생각을 지우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생각 없이 살아보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안 해보기. 그거랑 비슷한 시간이었지 싶다. 이걸 해야하고, 저걸 해야.. 더보기
농담 살아있는 건 참 어려운거야.살아있는 건 그냥 가만히 있어만 해도 되잖아.아니, 살아있려고 하니깐 살아있을 수 있는거야. 하지만 그걸 의식하지 않으니깐, 살아있는 건 어려운거야.난 네말이 더 어렵다. 더보기
집안얘기 기억나지 않는 것을 쓸 자신은 없다. 언제나 기억하는 것을 쓰고 싶지만, 모든 것을 한번에 기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떠오르는데로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어떤 기억처럼 누군가의 말과 말로 이뤄진 이야기를 내 이야기인 것 마냥 하고 싶지 않고, 사실은 내가 기억하는 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취미라고 하기엔 소박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참 부르주아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목욕하기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발끝과 손끝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찬찬히 불리고 나면 때를 민다. 때를 미는 건 일종의 목욕재개 같은 것이고, 의식같다. 한번에 힘을 줘서 밀어지는 경우는 없다. 적당한 힘과 적당한 밀기가 있어야지 때를 밀 수가 있고, 그건 하루의 생활들이 쌓여있는 흔적같아서라고 생각했다.때를 민.. 더보기
4월 20일, 부활절. 일요일 "자기가 쓴 글을 읽을 때는 항상 일종의 죄스러운 열정으로 읽게 된다. 내 일기의 문제는 난폭하며 제멋대로인 데다 빈번히 비문법적이며,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될 단어들이 눈에 띄어 읽기가 좀 괴롭다. 앞으로 이 일기를 읽을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이것보다는 훨씬 더 잘 쓸 수 있다는 것을 말해 두고자 한다. 이 일기에 더 이상 시간을 소비하지 않겠다. 그리고 이 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조금은 칭찬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일기에는 거친 구석과 박력이 있으며, 때로는 뜻하지 않게 어떤 문제의 급소를 찌를 때가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처럼 나만을 위해 글을 쓰는 습관은 글쓰기의 좋은 훈련이 된다는 신념이 나에게는 있다는 사실이다. 글쓰기는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더보기
8월 7일 -2 오랫만에 학교에 놀러갔다가, 아니 책을 반납하고 빌리려고 했다가 단축근무 때문에 터덜터덜 내려가는 길에 맨날 땡땡이 치거나 시간 남으면 맥주 마시는 편의점 앞에서 고양이를 봤다. 이 근방은 고양이가 많아서 고놈의 고놈이 맨날 보는 놈인데, 대게는 사람도 피하고 뭘 주면 좋아하는 정도? 근데 얘는 저렇게 테이블에서 퍼져가지고 사람이 오든 말든 그루밍을 하고 있는 노릇이었다. 너무 귀여워서 끄양... 하다가 가까이 렌즈를 들이대도 안 피해주시뫼, 감사합니다 고냥님ㅠㅠ 하면서 ↑이거 귀엽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