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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0일 1. 아빠는 기쁜 일이 있으면 자기가 왜 기쁜지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서, 내 글을 읽고 좋다고 이야기를 한 다음에 내가 왜 좋냐면은. 그 글은 말이야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어떤 서사를 이끌어내는데 그게 개인의 경험에 기초했지만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단단한 토대가 되고, 넓게 퍼져가거든. 아빠의 말하기는 내가 말하는 거랑 비슷하다. 아빠를 이렇게 닮았나 싶기도 하다. 왜 자기가 싫어하는 걸 닮아가는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될만큼 그 사람이랑 어떤 친밀감을 형성했나,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보냈나? 그것도 잘 모르겠고. 가족은 무섭게=자기가 의식하지도 못하는데, 꽤나 많은 영향을 주는구나 싶다. 2.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괴롭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좋아서 .. 더보기
2편 상담소를 다녀왔다. 상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궁금한거나 바라는 게 있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상담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많아서, 그게 걱정이라고 얘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실은 대략 5학년 때부터 엄마는 상담공부를 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배우는 건 생활에 적용이 되고, 때로는 직접적으로 상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나중에 난 엄마딸이지 내담자가 아니라고, 그냥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거라고 이야기 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 상태가 정말 익숙하지도 않고, 납득도 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다. 문장완성검사라든가, Y/N로 체크하는 문항이라든가, 친구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한바탕 해본다거나, 글을 써본다거나, 좀 쉬어본다거나 하는 것들.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피부가.. 더보기
1월 1일 케익도 먹고 나이도 먹었다 제이랑 만나서 차를 마셨다 요새는 이렇게 문화생활을 담배냄새도 커피냄새도 하나 나지 않는 곳에 종종 간다. 혼자라면 정말 죽어도 안 갈껄 트리옆의 파수꾼이 제이한테 관심있는듯 올ㅋ 더보기
12월 30일 1.글을 쓴다는 건 상당히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아무 때나 쓸 수 없지만 마치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아, 해야지 하면서 너무나 쉽게 생각들은 발화하고 사라지지만 어떤 것들은 사라지지도 않고, 몇년을 어떤 순간에 계속해서 살아나고 있다. 욕심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언제나 쓰고 싶다면 쓸 수 있게 손을 예열해두는 수밖에 없다. 풍경들을 관찰할 수 있게, 찬찬하게 걸어간다거나 속에 있는 것들이 전혀 생뚱맞은 것이 아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그래야 풀어낼 수 있고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쓸 수 있는 날이 있어서 다행이다. 쓸 수 있는 말들이 생겨서 안심이다. 무엇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 풀어낼 조금이나마의 힘이 생겨서 아주 크게 다행이다. 2, 내 말들은,.. 더보기
1편 며칠 전 노트북 화면을 보고 글을 쓰고 싶은가 싶으면서도 글을 전혀 쓸 수 없던 날에. 아, 그런 날이 지나고 타자를 두드리는 느낌마저 반갑고 정겨운 오늘이 되었다. 어떤 날들에게는 확실하게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시간이 흘러감이 필요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이든 생각이든 흘러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깐 1분같은 시간이 어떤 때는 하루나 한달보다 더 길고 큰 시간을 가져올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마음이 곰곰하게 마음 속에 들어가서, 지금 사실은 무슨 말을 쓰려는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제는 술 취한 동기와 술 취한 선배와 셋이서 걸어가던 길에 언제 재밌게 놀자면서, 모텔같이 방 하나 잡아두고 놀다가 들어가서 자자고 했는데 그 선배 언니라는 .. 더보기
5days 너는 나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줬지만 하나도 괜찮아지지가 않아서, 너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스스로가 안쓰러워져서 견딜 수 없어지는 것 같은 마음이라던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 누가 볼지도 모르는 곳에 보여진다는 것을 전제하고 쓴다는 것을 슬픔을 전시하는 일이겠지. 그럼 이 슬픔은 누군가의 것이 아니게 될거야. 마음이 말이 되어서 마음대로 날아가버리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서 문제겠지만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네가 나를 향해 했던 말들이 얼마동안이나 나한테 남아있을 수 있을까. 난 언제까지 그 말을 쥐고 있을 수 있을까.바람빠진 풍선도 아니고 마냥 쪼그라들어버렸다. 더보기
3일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들은 단박에 어떤 사건들이 막 터지고 터져서 나온 이벤트가 아니라 연결선에 있는, 그것도 굉장히 깊고 오래된 선 위에 있는 것이라. 생각보다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걸 한 학기동안 배우고 있었다는 걸 집에 오는 길에 알았다. 더보기
어리석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너지는 느낌은 저 멀리서부터라든가 내 주위에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발끝부터 모래처럼 으스러지고 바스라지는 기분이다. 힘을 줘도 안 디뎌지고, 그러니깐 땅을 밟고 그 밟고 구부려진 것이 펴지면서 일명 원동력이라고 하는 것이 앞으로 추진하게 하는데, 발끝이 무너지면 하나 하나 앞으로 옮기는 게 힘들고 그러다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무너진다는 건 참 별게 아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게 무너지는 게 아니라마음의 빠시레기 같은 게 음식에 소금치듯 솔솔솔 무너진다. 아주 조금씩그걸 처음에 알면 그러려니 싶다가도 나중에 되면 점점 많아지니깐. 모르겠다. 우울감은 서술하기 어렵다. 어리석다고 하는 건 자책하는 ㅇ리이다. 내가 왜 이러지, 이게 그렇게 큰 게-별게-중요한 게 아닌데 왜 이거 가지고 그러지... 더보기
12월2일 어떤 세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루만은 현대의 낭만적인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기기술과 함께 사랑이라는 것은 둘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사랑은 돈과 다르게 자기만의 역사를 만든다. 돈은 쓰면 사라지고,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역사를 만든다. 기록을 만들고 그 나름의 이력을 쌓아간다. 돈은 쓰면 허망해지지만 사랑하다 헤어지면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그 세계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 세계를 보던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의 세계가 깨진 채 하나의 세계로만 남는다면 뭐 이런 얘기같은데.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뻗어있었다. 몸이 안 좋은 날 운동을 가면 땀이 정말 미친듯이 난다. 이마부터 시작해서 얼굴 곳곳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등.. 더보기
사랑에 관하여 사랑하지 않는 것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위증일테지만, 사랑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음은 위선이나 僞의 성질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차라리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무언가-대상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어떤 대상이라면-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 사랑한다는 마음은 열번을 이야기해도 닳지 않을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차라리 사랑하고 사랑해서 사랑했다. 라는 문장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그런 당신에 대한 말들이 흘러나오는 것이 사랑에 보다 가까운 게 아닐까 싶어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사랑은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에로스 자신도 사랑에 빠지기 전까지 아이의 모습이었던 것은, 아이의 성질이 놀이에 있고, 때문에 그 놀이에는 의도나 목적이 없는 놀이 자체가 목적인 것이라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