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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헌책방


헌책방엔 한창 묵은 책 냄새가 났다.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는 큰길로 나가는 곳에 헌책방이 있었다. 
가게 앞에는 책들이 꾸러미로 쌓여있었고, 헌책방 안에는 사다리가 있어서 정말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책을 찾고 있었다. 분류는 있어도 정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책들 속에서 충분히 헤맬 수 있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저번에 대학로에서 중고서점을 가봤다. 흔히 말하는 노다지! 어떤 마음으로 샀는지 알 수 없지만, 한 때의 밤들과 하루의 날들을 지냈을 것 같은 책들이 잔뜩 있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이미 사라진 책을 읽는다는 것' 품절도서가 있는 벽면엔 이런 것이 써있었다. 다른 사람의 손 안에서만 있던 책들을, 다른 손으로 옮겨가는 것 같았다. 시간에 쫓기고 쫓겨서 달아날 곳이 없을 때. 시간도 공간도 없이 책만 있는 곳에서 몇 가지 지표를 가지고 헤맨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몇 가지의 키워드들이 어떤, 확실하진 않지만 이럴 것 같은 책으로 안내해줄 것 같은 느낌. 오늘도 적당히 헤매고는 손은 무겁고 가슴은 벅차게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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