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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다녀와서 필리핀


필리핀을 다녀오고 나서 사진을 돌아보다보니 아이들 사진이 유난히 많았다. 아, 어쩌면 필리핀의 흔한_가난한_이미지를 강조하는 사진들이 배경으로 나와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사진이 많은건, 아이들이 카메라만 보면 좋아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신기한건지 아마도 그런건가 싶을정도로 카메라만 보면 호기심에 따라오는 모습이 눈에 걸렸다. 사진 찍을래? 라고 물어보면 수줍어 하는지 무표정하면서도 가만히 있는 아이도 있는가 하면 엄청나게 밝게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그 포즈 취하는 걸 보고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나타나서 사진을 찍어달라는데 나도나도 하면서 오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난 후에는 굳이 보려고 안 하는건지, 아니면 보여달라고 하기 수줍은건지 그냥 서로 꺄르륵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 이렇게 찍혔어 라고 보여주면 구슬이 부딪히고 굴러가는 소리처럼 웃는다. 아, 정말 그렇게 웃는다. 말 그대로 맑게 웃는다는 소리다. 웃음소리는 기억에 나질 않는데 웃음소리가 가진 그 인상이 여전하다. 사진만 보면 묘해지고 행복해지기보단 그냥 아무 생각없이 좋다. 웃음이 그렇다곤 말하지 못한다. 그 아이들의 웃음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그 아이들이 웃어서, 그것도 아주 맑게. 

하늘도 파랗고 아이들도 파랗다. 아이가 한번 웃으면 하늘이 된다. 막 갠 하늘도 그렇게 맑을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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