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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2월 30일


1.글을 쓴다는 건 상당히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아무 때나 쓸 수 없지만 마치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아, 해야지 하면서 너무나 쉽게 생각들은 발화하고 사라지지만 어떤 것들은 사라지지도 않고, 몇년을 어떤 순간에 계속해서 살아나고 있다. 
욕심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언제나 쓰고 싶다면 쓸 수 있게 손을 예열해두는 수밖에 없다. 풍경들을 관찰할 수 있게, 찬찬하게 걸어간다거나 속에 있는 것들이 전혀 생뚱맞은 것이 아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그래야 풀어낼 수 있고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다. 
쓸 수 있는 날이 있어서 다행이다. 쓸 수 있는 말들이 생겨서 안심이다. 무엇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 풀어낼 조금이나마의 힘이 생겨서 아주 크게 다행이다. 

2, 내 말들은, 글들은 선언적이다. 사후적인 글들이라 그렇다. 상황에 있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깨달음 같은 것이 있어서 쓰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행스럽게 쓸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쓰게 된다. 정말, 정말 다행이다. 무엇이라도 풀어내면서 살아가고 싶다. 정말 가장 큰 좌절이라는 건 아무것도 쓸 수도 없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지는 것 같은 무감각한 상태가 지속되는 바람에 그래서 내가 뭘 해야될지도 모르겠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 하나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나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되버리는 것. 그때가 지나서 다행스러워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건 어떤 계기로 인해서, 그 계기는 아마도 굉장히 사소할테지만 그걸 곱씹어서 생각하다가 나름대로 의미 찾아본다고 하다가 결국에 근본적인 문제랑 맞닿아서 흔들어버릴 것 같은 문제들이니깐. 

이제야 일을 끝내가고, 아니 일을 할 수 있게 됐고 아주 조금씩 풀고 있다. 이 일이 끝나면 다음 일로 넘어갈 것이고, 어떤 계획들이 아니라 어떤 곳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기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서의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채무감에서 벗어나고, 살아가야겠다.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을 믿으며, 소중하기 때문에. 19층을 바라보다가 그래도 떨어져죽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라도 해결해야 될 일이 있었고, 그건 하나의 약속이었고 나는 하겠다고 했으니깐. 이건 나의 말이었지만, 나의 말이 아니었고 그건 마치 사람이 하나의 사람으로 자라나는 일들은 본래 내가 태어났다지만 결국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누구의 무엇과 무엇들이 겹쳐져서 데칼코마니처럼 하나의 그림이 된 것이니깐.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으니깐. 

3. 꿈을 꾼다는 건 지난 날의 생각들이 강하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닌 날들이 오늘이었기 때문에 저 문장을 앞서 쓰는 이유겠지만.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은 어쩌면 이상한 게 아니라 그냥 매우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꿈은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꿈까지 넘어갈 정도로 생각하는 일들은 대체로 그 날이나 그 기간동안 풀리지 않는 문제인 경우가 태반이면서 그 문제는 정말 골아프지만 떨쳐낼 수 없는 것들인 경우가 아주 많아서. 지독하게 싫지만서도 어쩌겠나하다가도 싫은데도 떨쳐낼 수가 없어서. 

꿈을 꿨다. 모든 것들이 파괴되는 순간들이었다. 건물들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죽어가고,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서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사람들과 그 안에서도 어떻게든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 하나가 나였고, 무의식에 발현이라면 가족이 나에게 요즘 큰 문제여서 그런가 가족들의 손을 이끌고 또 다른 가족에게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꿈이 끝나게 된 이유는 내가 의식을 잃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고 끝이 나버렸다. 꿈에서 깨어나고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아주 오랫만에 깊게 잠들었던 것 같았고, 그리곤 다시 또 잠들었지만 그때는 꿈도 꾸지 않았고, 한 새벽 2-3시같았던 저녁 6시에 모든 불은 꺼져있고 집에는 아무도 없을 때 일어났다. 내 손을 떠난 일들이었다. 꿈 속이었지만, 그렇게 끝난 이야기들은 그 이후에 사람들이 알아서 해나가려니. 그런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이상하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던 하루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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