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고 오늘.

2편


상담소를 다녀왔다. 상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궁금한거나 바라는 게 있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상담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많아서, 그게 걱정이라고 얘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실은 대략 5학년 때부터 엄마는 상담공부를 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배우는 건 생활에 적용이 되고, 때로는 직접적으로 상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나중에 난 엄마딸이지 내담자가 아니라고, 그냥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거라고 이야기 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 상태가 정말 익숙하지도 않고, 납득도 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다. 문장완성검사라든가, Y/N로 체크하는 문항이라든가, 친구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한바탕 해본다거나, 글을 써본다거나, 좀 쉬어본다거나 하는 것들. 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피부가 넝마가 되가는 것 같았다. 상담소는 정말 옥탑방의 좁은 방. 대화위주로 진행될 거라는 상담 덕분에 한결 마음이 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난 어떻게든 털어내고 싶었으니깐. 
그 분은 답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반가웠다. 정말 누구라도 답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엔 그 답이 내 안에서 나오지 않으면 듣지 않거나 무시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이었고, 그래왔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니깐. 외부의 말들은 바람이다.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그게 내가 되지는 못한다. 
-2014년 1월 7일

어제의 문장들이 오늘로 걸쳐들어와서는. 어제 내가 글을 써야겠던 이유는 어제의 어제가 어제같지 않고 어제 내가 꾼 꿈 마냥, 사실이 아닌 것 마냥 좋았고 좋아서 슬펐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 상태가 아파서 이런 거라면, 아픈 건 어떻게든 나을 수 있으니깐. 약을 먹든, 푹 쉬든 호전되든 호전되지 않든간에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할텐데. 차라리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중이라도 생각해보던가 할텐데.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꼬라지가 싫어서, 사람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근거리고 있는 게 싫어서. 부정맥이 심해졌다! 하고 말아버리고 싶다. 근데 몸도 진짜 안 좋아지니깐. 선생님. 사람이 무서워요. 사람을 만나기 싫어요. 사람을 만나도 나는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고 침묵할 수 있지만 또 무엇이 되려고 하는 모습이, 넘기려고 하는 모습이 마음에 아파요. 
상담을 받으러 간 날에도 나는 생각보다 말을 잘했다. 그 전까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 내가 얼마나 힘든지. 그러니깐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라는 걸 인증이라도 하려는 듯이 생각했던 것들은 없었던 것처럼, 마치 그런 게 아니었던 것처럼. 나는 이 과정을 넘어가야하는데, 이걸 넘어가기 위해서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런 식의 태도로 이야기하는 내가 웃겨서, 서글퍼져서 웃었다. 그걸 또 그렇게 말하는 등신아. 이 멍청아. 

얼마나 무뎌져야. 얼마나 그럴싸해야. 얼마나 방어기제를 세우고 사람을 대면하고 닳아져야. 그만하겠냐. 
어제가 오늘의 파문이 돼서 힘이 든다. 

'그리고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의  (0) 2014.01.12
10일  (0) 2014.01.10
1월 1일  (0) 2014.01.03
12월 30일  (0) 2013.12.30
1편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