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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2월2일

어떤 세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루만은 현대의 낭만적인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자기기술과 함께 사랑이라는 것은 둘만의 고유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사랑은 돈과 다르게 자기만의 역사를 만든다. 돈은 쓰면 사라지고, 교환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역사를 만든다. 기록을 만들고 그 나름의 이력을 쌓아간다. 돈은 쓰면 허망해지지만 사랑하다 헤어지면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그 세계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 세계를 보던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의 세계가 깨진 채 하나의 세계로만 남는다면 
뭐 이런 얘기같은데.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뻗어있었다. 몸이 안 좋은 날 운동을 가면 땀이 정말 미친듯이 난다. 이마부터 시작해서 얼굴 곳곳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등판을 덮어버린다. 
빠져나오는 것이 몸 안의 수분인지 몸에서 안 좋은 것들인지. 후자라고 생각하면서 운동하는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랑이 사랑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걸까, 사람과 감정이 필요한걸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엄마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거나, 친구들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에게는 그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서 하는 말들은 없다.
그냥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해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왜 사랑은 반복하면 이상해질까.
반복되지 않는다던 성질 때문일까, 아니면 반복할 수 없는 것인데 반복하는 것 자체가 이상해서일까. 

거의 그렇게 뻗었던 이유는 집에 고양이님께서 
평소에는 곁에 오지도 않는 그 분께서 
발밑에서 주무시다가 품 안에서 주무시더니 등을 대고 주무시는 삼단콤보 때문인데
내가 그렇게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기도 했지만
내가 누군가랑 같이 사는데, 상대가 그렇게 자고 있으면 나는 또 자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

외로움에 취약한 인간이라고 쓰다가
단지 무심해서 모를 뿐이지. 라고 이해하다가.


쓰지 못한 자기소개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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