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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예의차리기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애도하는 시간을 갖자. 라고 많이 생각한다. 그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스스로를 보는 과정이 마치 그 과정인 것 같다고 여기기도 하다. 몇 해전, 아니 수년 전 이별한 친구였는지, 이별한 나였는지. 나에게 친구가 건내준 책의 제목이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은 연애라든지, 관계라든지, 우리는 이별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할 정도로 제목에 대한 임팩트가 컸고, 와. 그렇게 말할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한, 정말 번개가 번쩍 내려친 것처럼(숨겨왔던 나의~), 그런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 말을 상투적으로, 추상적으로만 느꼈었다. 가령,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누구를 만난다니. 와 같은 상황에서 이건 예의가 없는 상황인가. 생.. 더보기
비가 오는 날 힘겨운 나날들무엇때문에 너는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것이다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우리 함께 일치점을 찿아보자비록 우리가 두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글을 쓰려고 머릿속에서는 생각들이 가득차있었다. 자, 이렇게 시작해서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이렇게 마무리하면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테고. 그러면 오늘 하루로는 충분할 것 같다. 정도의 견적을 내고, 한참을 늑장 부리고 있었다. 어제의 일이 너무나 길었고, 며칠의 일들이 너무나 길어서 깨있는데도 여전히 꿈결 같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머리가 약간 어지러운 것도, 약간 멍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렇게 맛있을리 없는 커피가 인상적으로 맛있는 것도. 만일 근육통도 없고 목도 결리.. 더보기
2월 10일 1. 요즘은 사람이 죽는 꿈을 많이 꾸는 것 같다. 그것도 여러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서 죽어버리는 꿈. 참 교묘하게도 꿈에서 깨어나면, 꿈 속에서는 하나같이 알던 얼굴들이 모르는 얼굴이 된다. 대충 어제는 김전일 같은 느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코난보다 김전일의 추리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살인자든 피해자든 가해자든 어떤 식의 이야기가 있고(대부분의 탐정물이 그렇지만) 김전일은 안타깝고 안쓰러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일본 괴담이니 귀신이니 하는 것들에서 나오는 귀신들이 실은 어떠한 이유로 (예를 들어 아이가 죽어버려서 아이를 거둬가버리는 귀신이라든가) 귀신이 되버렸던 것처럼 사람이 귀신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살인 주동자에는 내가 아는 언니가 있었다. 김전일의 마무리는 대게 .. 더보기
2월 5일 여러 가지 종류의 꿈이 있지만, 어떤 꿈은 글로써 덜어내야 한다고 생각되는 꿈이 있다. 그 꿈이 깨어나고 난 다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거나, 너무 인상적이어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억된다거나 할 때. 그런 꿈들은 현실적인 면이 분명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말 꿈처럼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서, 2층 짜리 카페에 흡연실은 없기 때문에 2층까지 흡연실을 찾다가 다시 내려가서 밖에서 담배를 펴야한다는 걸 알게 된다거나, 그 카페는 내가 얼굴만 아는 활동가들이 하는 카페라든가.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카페가 있는 곳은 해변가인데 그 해변에는 범선만한 물개들이 이끄는 배가 있다던가 하는 것들. 어제는 또 꿈을 꿨는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 집에서 자면 그렇게 잠을 잘 못 자나? 싶기도 했다. 어제 꿈에서는 왜인지 모.. 더보기
꿈 얘기 사실 어제 꿈을 두개 꿨는데, 하나를 거의 완전히 잊어버려서 못 쓰다가 글씨쓰다가 생각이 났다. 요즘 고문(古文) 수업을 들어서 한자를 배운다. 한시를 배운다는 게 더 정확하지만, 그렇게 읽는 한시를 하나도 모르겠어서 한자 공부를 다시 한다. 어렸을 때 서당 비슷한 걸 다녔었는데, 그 때는 어느 정도 글씨가 되는 사람만-어느 정도가 된다면 누구든-붓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할아버지가 깎아주는 연필을 가지고 그 글씨를 손에 익고 눈에 익을 때까지, 비슷한 모양의 글씨가 나올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어쩌다가 카페에 왔는데, 어쩌다가 친구를 만나 어쩌다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왜 하냐고 묻길래, 빽빽이라고 대답할 뻔 했다. 사실 이건 뺵빽이라기 보단 한글자 한글자를 알지 못하면 그 의.. 더보기
1일 담배에 불을 붙이고 드디어 글을 쓸 생각을 한다. 첫문장은 생각할 때랑 다르지 않다. 꿈을 적어야 할 이유는 없다. 꿈을 적고 싶다는 욕구만 있다. 꿈은 강렬할 수록 쉽게 잊혀진다. 신기한 일이다. 눈 앞에 생생하던 장면들이 쓰면 쓸 수록 사라진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는 게 꿈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며칠을 편하지 않은 곳에서 자서 그럴까, 아니면 그런 곳에 다녀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잠을 잔 날이어서 그럴까. 스물셋을 생각하던 어젠 스물셋의 기억들이, 2013년의 일들이 모두 뒤섞여서 꿈으로 나타난 것만 같았다. 그 중에서도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그 땐 중요했으나 언젠가부터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 건지, 안 한건지 모르겠지만 잊게 된 것들이 꿈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 만났던 사람도 .. 더보기
29일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 한가지 현상에는 한가지 원인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남. 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는 예를 들어 1. 커피와담배를 보면서 커피와 담배를 너무 마시고 너무 피워대서 심박수가 증가함에 불안정한 상태일 수도 있고 2. 일단 집에서 나왔으나 들어가야 할 시간까지는 꽤 남았는데 필사노트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필사를 할 수 없다거나 3. 한자 쓰는 거 겁나 싫은데, 안 쓰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갑자기 열이 확 식어버렸다는 것 4. 담배를 갑자기 끊으라고 엄청 뭐라고 하니깐 듣기가 싫어지는데 영화에서는 담배를 엄청 피길래. 보는 내내 혈중 카페인지수가 높아지는 기분 5. 오늘따라 카페가 그렇게 조용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데 짧은 영상말고 긴 러닝타임의 영상을.. 더보기
1월 27일 : 목적없이 찍는 사진들이 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눈 앞에 있는 걸 찍는다는 느낌. 대게는 카메라를 새로 사서 화소를 확인하든 화질을 확인하든 대충 이런 놈이겠구나 할 때나 하는 거. 그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싶다. 매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건 지지난학기였는데, 문학철학 시간 때 문학의 속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학 중에서도 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시와 가장 닮은 다른 것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게 됐다. 순간을 잡아낸다는 점, 그 순간은 누군가에겐 잡아낼 가치도 없을만큼 흔한 순간이라는 점, 하지만 그 순간을 들여다보고 그걸 쓴다는 점. 그게 자기만의, 자기만 알아듣고 이해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 그 울림은 여러 사람에게 간다는 점. 시간을 행간이든 프레임이든 잡아낸다.. 더보기
1. 먹먹한 시간들에게 부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shift키가 고장나서 ㅆ자음이든, 지우기든 되지 않았을 때 어떤 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쌍자음이 들어가지 않는 글. 그 글은 어떤 글이 될지 몰랐기 때문에, 아주 막연하게 어떤 생각을 하고, 그걸 적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게 어떤 조각들처럼 느껴졌고, 더 막연하게 그 생각들은 언젠가 다시 생각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나지 않고, 정말 그걸 잊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는 것들이 생겼다. 시간이 지났다. 어떤 것들, 그러나 중요했던 것들은 정말로 생각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안 것 같아서 어떤 때는 슬펐다.2. 차라리 이미 주어진 텍스트를 가.. 더보기
12의 '이 시간은 오래된 서랍처럼 쓸모없는 비밀들로 가득하다 짝이 맞지 않는 젓가락처럼 나란히 먼 사람이여, 빛을 거두는 것은 너인가, 나인가 낡은 옷가지 사이에 숨긴 짝이 다른 신발, 신발은 몸 밖의 간소한 형식일 뿐인데 길을잃은 이야기들이 먼지처럼 떠돌다 사라진다 어제 오래된 새 한 마리가 세상 밖으로 날아갔지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떤 생일 中, 김선재 1. 신발에 대해서 고민하던 날들에, 나는 신발 하나를 떠올렸다. 그 신발은 아빠가 신던 신발이 나에게로 넘어왔던 한 켤래의 구두였다. 갈색의 구두약을 칠해야 청소가 되는 오래된 구두였다. 지금이야 무슨 스타일 하면서 종류가 다양하다는 걸 알지만 그 때는 코가 뾰족하지 않은, 아빠가 신던 구두쯤이었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은 내 기억으로는 언제나 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