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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2월 5일


여러 가지 종류의 꿈이 있지만, 어떤 꿈은 글로써 덜어내야 한다고 생각되는 꿈이 있다. 그 꿈이 깨어나고 난 다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거나, 너무 인상적이어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억된다거나 할 때. 그런 꿈들은 현실적인 면이 분명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말 꿈처럼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서, 2층 짜리 카페에 흡연실은 없기 때문에 2층까지 흡연실을 찾다가 다시 내려가서 밖에서 담배를 펴야한다는 걸 알게 된다거나, 그 카페는 내가 얼굴만 아는 활동가들이 하는 카페라든가.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카페가 있는 곳은 해변가인데 그 해변에는 범선만한 물개들이 이끄는 배가 있다던가 하는 것들. 

 어제는 또 꿈을 꿨는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 집에서 자면 그렇게 잠을 잘 못 자나? 싶기도 했다. 어제 꿈에서는 왜인지 모르겠는데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 총을 여러번 쐈는데도 결국에는 죽지 않고 복수극이 벌어지는 상황이었는데, 권총이라는 게 한번도 쥐어보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것인데, 일어나서 손이 얼얼한 것처럼 느낌이 생생했다. 어쩐지 나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고, 나는 총을 쏴대면서 등보다 앞면이 뚫리기 쉽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죽이려고 한 사람은 죽지 않았다. 왜 꿈에서 아는 사람은 알고 보면 아는 사람이 아닐까. 아니면 얼굴을 빨리 잊는 걸까, 마주친 사람 중에 하나였을까. 

 눈에는 피가 엉겨 있었고, 포마드가 잔뜩 발라져서 긁혀지는 단계만 남았던 향수의 주인공들처럼 무겁고 눅눅한 몸들만 있었다. 꿈 해몽을 가끔 찾아볼 때가 있다. 특히나 이럴 때. 그냥 넘기기엔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런 꿈을 꾸게 됐는지 이유를 알고 싶을 때(물론 그렇다고 맞는 건 아닌 것 같다) 

 

 얼마나 남아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아있다. 적어도 6개월이라든지, 1년이라든지 하는 시간들이 없다. 죽으려고 보니 생각보다 살고 싶어 하더라. 그런 이야기는 신기하지 않나. 살아있어서 신기한 게 아니라, 살아지면서 살고 싶어했던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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