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고 오늘.

비가 오는 날

힘겨운 나날들

무엇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찿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글을 쓰려고 머릿속에서는 생각들이 가득차있었다. , 이렇게 시작해서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이렇게 마무리하면 대략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테고. 그러면 오늘 하루로는 충분할 것 같다. 정도의 견적을 내고, 한참을 늑장 부리고 있었다.

어제의 일이 너무나 길었고, 며칠의 일들이 너무나 길어서 깨있는데도 여전히 꿈결 같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머리가 약간 어지러운 것도, 약간 멍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렇게 맛있을리 없는 커피가 인상적으로 맛있는 것도. 만일 근육통도 없고 목도 결리지 않았더라면, 정말 아무런 일도 있지 않았던 것처럼 지나간 일들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제는 헤어졌었다. 이 한문장을 쓰고 나니 다음 말들을 잊어버린다. 싹 갑자기 모든 게 날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이 안 나는 것 같다. 말만 봐도 마음이 이상해지고, 울렁거리고 어지럽게 느껴졌다. 어제는 담담했다. 그 얘기를 듣는 것도, 왜냐고도 물어보고.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만났다 헤어지는 것도 여러 번 해보니 이것도 능숙해지는 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자존심 부리지 말고, 후회할 것 같은 말 남기지 말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실감이 나진 않았지만, 말은 이어가야했다. 이 대화는 오늘의 마지막이었으니깐.

쓰는 것도 기분이 이상하다.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하고, 아니 정작 그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담담해서 스스로에게 놀랐고, 이건 분명 후에 가서 울 일들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그렇지 않은 것처럼, 목소리도 떨리지 않고, 종종 농담도 치고 웃기도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쓰는 건 이상하게도 마음이 울렁거리고, 정리가 되지 않은 것처럼 두서 없으며, 정말 벌렁벌렁 거린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왔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여느 때처럼, 일어나서 늑장을 피우고 약속을 잡고 이야기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글을 쓰고, 일을 하다 보면 지나가는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다.

어제의 너는, 할 말이 있는 사람이다. 라고 느껴졌다. 어쩌면 1주일 동안 생각했고, 느꼈었던 그 때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안된다. 라는 생각보다 더 그런 말을 듣게 되면,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내 마음은 지금 어떤가, 에 대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다시금 생각했었다. 드라마 같이 아주 거대한 사건이 있지 않고, 그냥 서로의 마음이 다 해서, 이제는 그 감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그라드는 감정들에 대해서 생각했었다.

그만하고 싶다는 말에, 왜 냐고 물어봤다. 이유를 정말 듣고 싶었지만, 한번도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을 아주 적어도, 오늘은, 최소한 오늘은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내가 괜찮지 않아지는 것 때문에, 들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이상한 일이었다. 너의 이야기를 듣고, 표정을 보고, 얼굴을 보고 신경 쓰는 것들에 대해서. 3시간을 내리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농담을 치기도 하고, 서로의 안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건내기도 하고, 해주지 못한 것과 아쉬운 것,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실감이 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같이 하고 있는 게임을 정리하자고, 이야기를 했고 미션을 안 할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 . 농담치고는 지독한 것이었다고, 뒤늦게 생각했었다. 헤어진 사이에 대해서 하나하나 궁금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러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그 부분은 수정할 테니, 고칠테니, 바꿀테니. 안 헤어지면 안되냐고 몇 번 물었던 것 같다. 대답은 확고했고, 그러나 처음 이야기를 꺼내고 난 뒤로 너는 단 한번도 헤어짐. 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었고, 고민들이 켜켜이 쌓여있었어서, 그 고민들의 층위가 참 깊어보여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정리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넘쳐났다. 편지는 다 버려야 하나, 그게 좋겠지. 겨울이 와서 그 신발을 꺼내 신을 때면 되게 생각나겠다. 비트윈은 지워야겠지, 앨범도 정리해야 할 것 같고. 생각보다 지우고 정리해야 할 게 많은 것 같은데, 그것들을 마주칠 때면 나는 슬퍼서 울겠지? 지금은 이야기를 해야 하고, 정리를 해야 하니깐, 말을 이어가야 하니깐, 그래서 말을 하고 있는 거고, 그래서 지금은 울컥하지도 않고, 말을 잘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겠지? 하는 생각들을 하다가. 이 또한 이 상황에 대해서 피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깐,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중언부언 하고, 다른 생각으로 도망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너와 내가 헤어지게 되면, 나는 이제 해왔던 이야기들을 트위터에 쓰는 시간으로 바꾸게 되는 걸까. 맛있는 요리를 하게 되면, 먹고 싶어질 때는 네가 생각날 것 같긴 했었다. 자주 가는 카페를 몇 번 갔던 것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계산을 오늘은 내가 하고 싶었지만, 오늘도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 몸싸움을 하다 시피(카드를 내밀려고 했었습니다, 이 모든 게 카드 떄문이었죠)

그런다고 바뀌는 건 없잖아. 라고 지독하게 염세적이라고 해야 하니, 아니면 무력해야 하다고 하니. 나는 가끔, 너를 그렇게 만든 이유가 무어냐고 묻고 싶었다. 대체로 그걸 더 크고 크게 만드는 환경을, 내가 너에게 주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됐는지 궁금하곤 했다. 아주 아주 어렸을 때의 이야기들, 예를 들어, 21세기를 기다리며 에반게리온을 어렸을 때 처음 본 나는, 2000년대가 오면, 앞자리가 바뀌고 꿈만 같은 그 시간이 정말 오게 되면, 그렇게 세상이, 내가.

라고 쓰는 동안 잠시 글이 끊어졌다. 이렇게 된 까닭은, 사실 별 이유는 없는 일이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싶어서. 그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진 건 너에게 전화가 와서였다. 약속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그래서 너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오늘 갔던 곳은, 그리고 가려는 곳은 죄다 나와 같이 갔던 곳이라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너는 끝맺음의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하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 말이 지겨워, 미련 남으니 그런 말은 그만 하라고 농담 식으로 던졌던 것 같다. 희망을 가지지 말라는 말에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대답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이제 집에 가야 할 것 같은 시간이라, 화장실에서 돌아와 너를 보았다. 다른 의자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너도 자리를 뜨려고 하는 줄 알았다. 사실은, 내가 화장실을 가거나 자리를 바꿀 때, 너는 홀연히 사라지지 않을까. 하곤 무서워했던 것만 같았다.

건물을 나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너는 이야기를 했고 나또한 그렇다고 말했다. 조금 걷자는 이야기에, 애매한 시간이라, 어디를 걸어도 그냥저냥. 하고 생각했다. 오늘 이렇게 헤어지면 다신 못 보는데, 하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여남은 시간이 아쉬운가 생각했다. 서로에게는 외부적인 문제와, 우리 둘 사이의 문제가 있었고 너는 이야기를 하며, 이런 이유로 헤어지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외부적인 이유 때문에 헤어지게 될 거라고 이야기하며, 그런 식으로 두 번 상처를 주긴 싫다고 말했다. 기가 찼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잡았는데...!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이 연애가 처음 시작될 때, 만나자고 하는 것보다 힘든 말이라고 한다면-이미 마음이 정해져있고, 정리가 되어있다면 그런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본 적이 아득해서 잘 모르겠다만-잡는 건 그런 상황에 다시 한 번 여러 가지를 무릅쓰고(무릎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어떻겠냐고 묻자, 그 상황에서 어차피 마지막인데.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이미 한번 거절 받았기 때문에 같은 논리값이라면, 거기에 안 받아도 되는 것을 또 다시 받을 수 있음에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생각하니, 아니 말을 하면서도 화가 났었던 것 같다.

서로에 대해서 지극하게 생각한다 하여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부족하게 생각하고 있진 않았는지, 부족하게 생각한다기 보다. 그 말 자체에 대해서만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서로의 문제였다고 이제야 생각하게 된다.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금 아직 오지 않은 날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 그렇게 헤어지게 되면 어떡하냐 라고 물어보길래, 그게 아니어도 헤어질 수 있는 이유는 많지 않냐 라고 대답했다. 어떤 것들을 생각했냐고 대답했고, 그게 뭐가 있어서라기 보단, 그 이유가 아니라면 우리가 헤어지지 않을 것 같다면. 수정하고 조정할 수 있는 거라면. 에라이.

지하철은 생각보다 늦게 왔던 것 같다.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면서, 이게 무슨 기분인가 생각했고, 앞으로 글을 쓰게 된다면, 짧게라도 쓰게 된다면 그건 연애하면서 배운 것들에 대해서 쓰고자 했었는데 그건 못 쓰겠네, 어디에도 이야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고, 이건 만든 반지라 팔지는 못하겠지. 그냥 버려야, 아 그냥 버릴 수가 있는가 생각했고, 구구절절 미안하고 못 했던 것들이 생각나서 아쉬웁고 억울했다기 보다-새로운 챕터가 있었는데, 하면서 그랬다기 보다-이 일이 정리가 되고, 이 일에 대해서 어떤 때에도 담담할 수 있을까. 그러니깐 술을 엄청 마시고-최근엔 그래서 필름도 끊겼다-헛소리 중에 하나로 뱉어버리는 게 아닐까. 술 취하면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는데,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생각보다 늦게 왔었다 지하철은. 그래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의자가 아니라 기둥에 너는 머리를 기대고 서있었다. 왼쪽에 내가 서있는 걸 좋아하기에,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이쪽을 좋아하잖아. 라고 말하자, 너는 1년이 짧진 않구나. 하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어제 참 많이 울었다. 말을 하면서도 울고, 어떤 때는 코가 빨개지도록 울었다. 울어서 못 생겨졌으면 마음 달라지는 것도 한결 나았을 텐데, 이 마음까지가 신기했고, 이러기가 참 어렵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친구로 시작했으면 달랐을까, 라고 너는 말을 꺼냈던 것 같다. 그 얘기가 두 번째 나왔을 때, 그렇지만 친구로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뒤의 말을 덧붙이기도 전에 너는, 네가 날 좋아해서? 라고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정답.

다시, 라고 너는 말을 시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볼까. 식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오늘에서, 다르게 해볼까. 해볼 수 있을까. 라고 물어봤던 것 같다. 거기에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그러나 대답은 해야 해서, 시간은 많지 않아서. 그럴래. 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외부적인 문제야, 너와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우선 이 관계를 내실을, 공고히 다져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실하고 튼튼하지 못한 것은, 쉽게 쓰러진다고 아기돼지삼형제를 보고 배웠던 것 같다. 그보다, 돼지가 왜 집을 짓는지 더 궁금했었지만, 벽돌은 빨간 벽돌이어야만 했을까, 은신처 같은 것도 없단 말인가 생각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

그 뒤로.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말을 이어가는데 생기는 묘한 공백에 집중하게 된다. 오늘로 하여금 서로가 달라지면 어떡하냐고 네가 물었었다. 그게 불편하다고 느껴지면, 이야기하자고 했다.

이 일들이 어제와 오늘의 전말이었다

'그리고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의차리기  (0) 2016.10.23
2월 10일  (0) 2014.02.10
2월 5일  (0) 2014.02.05
꿈 얘기  (0) 2014.02.01
1일  (0) 2014.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