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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팔월 칠일


1. 파리도 좋았지만 이탈리아가 좋았다. 아니 이탈리아의 날씨가 좋았고, 로마의 분위기가 좋았다. 분위기를 절절하게 느낄 만큼 보고, 지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았다. 사실 뭘 그렇게 잘 알고 좋아할까


2. 연애를 못 하는 이유 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난 주 아는 언니에게 연애안해선언하고는 생각해봤다.

연애를 하고 싶어! 라고 생각할 때의 상태를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인데

 1. 갑자기 잉여스러워졌을 때

 2. 우울할 때

 3. 샘날 때

주로 외부적인 이유에서다. 주변에 영향을 받고, 상대와 비교하며 내가 뭐가 부족해서?! 라는 마음이 제일 많이 드는건 아닌지.

눈이 높지 않다 라고 계속해서 말해왔지만, 사실 눈이 높아왔다. 왜냐하면 외모나 스타일이 아니라 가령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회나가면 '빨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다. 라는 식의 조건들이었고 아마 지금까지 만나왔던 상대는 감정적으로 어떤 만족감을 주더라도 이와같은 항목에서 제외되면 호감이 사라지거나, 매력이 감소하였습니다 이래왔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당장 연애에 푸욱 빠져있는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누군가와 알아가는 것의 과정에서 지루해져버리기 때문이다. 


3. 글감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면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 않는다. 참 이상하지, 다른 걸 할 땐 '아!' 이러면서 생각나는 것들이.

4. 엄마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 글을 써야한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 라는 것인 도리를 풀어가는 것인데, 도리의 그 이는 아무래도 모르겠고 푼다의 해 자를 조금 알고, 아는만큼 좋아한다. 

이 글자는 소, 칼, 뿔로 이뤄져있다. 내가 아는 얘기는 이렇다. 풀어서 이해한다는 것은, 소의 뿔을 그 뿔의 결을 따라서 칼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그래서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해 가 어려운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나는 너를 이해해' 혹은 '우리'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추잡아 10년이 넘는 동안 타인이었고, 그만의 시간과 관계와 공간 속에서 자란 이들이 몇 번의 만남과 시간을 통해서 '우리'가 되고, '이해'를 한다니.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서 이해하고 싶고, 우리가 되고 싶다.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지내다 보면, 스스로는 더욱 더 스스로가 된다.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나 관점이 단단해지고, 자신만의 Optical view가 완성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상대도 그렇다. 그렇게 너와 내가 정말로 너와 내가 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만들어진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너,너,너 들이 함께 하게 된다. 그래서 로맨틱하고 이상적이고 좋다. 어렵기 때문에, 꿈꾸게 된다. 

5. 연대와 관심 이전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이 분노가 아닐까 화나는 일 말고 내가 아는건 뭔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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