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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29일

별로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 한가지 현상에는 한가지 원인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남. 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는 예를 들어 1. 커피와담배를 보면서 커피와 담배를 너무 마시고 너무 피워대서 심박수가 증가함에 불안정한 상태일 수도 있고 2. 일단 집에서 나왔으나 들어가야 할 시간까지는 꽤 남았는데 필사노트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필사를 할 수 없다거나 3. 한자 쓰는 거 겁나 싫은데, 안 쓰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갑자기 열이 확 식어버렸다는 것 4. 담배를 갑자기 끊으라고 엄청 뭐라고 하니깐 듣기가 싫어지는데 영화에서는 담배를 엄청 피길래. 보는 내내 혈중 카페인지수가 높아지는 기분 5. 오늘따라 카페가 그렇게 조용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데 짧은 영상말고 긴 러닝타임의 영상을 보기엔 전혀, 네버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걸 1시간 36분 중 28분쯤 알았지만 영화는 봐야지 싶었을 때. 6. 오늘은 머리를 감지 않았는데 밖에 나왔고 귀찮았던게 후회돼서 7. 곧 설날이면 가족들이 바글바글 거리는데 이번에는 늦게 갈 수도 없게 설악산 무슨 콘도에 간다고 그러니깐, 거긴 혼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있어야 하니깐. 

생각해보면 별 시덥지 않은 것들이 미묘하게 짜증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대체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러니깐 조용한 카페에서 이런 거, 저런 거 해야지 했는데 1. 카페가 조용하지 않았고 2. 이런 거 저런 거 하기엔 뭐가 빠져있어서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할 수 없을 때 3. 앉아야지 싶었던 자리에 누군가 이미 앉아있거나 4. 오늘따라 커피 맛이 없고, 차나 사람 소리가 너무 많을 때 4. 그렇게 해서 반쯤 포기하고 뭔가를 하는데, 우연히 노래를 안 듣고 있을 때 현자타임 불러오는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을 때 엿같은 기분. 예전에 어떤 사람은 지하철이나 버스같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게 취미라고 했다. 진짜 변태같은 취미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런 이야기가 도움이 될 때도 있긴 하더라. 노래를 안 듣는데도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쓰고 이야기를 듣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진짜 변태같아. 
 어떤 날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가 질질 끌고 있던 짝사랑짓도 그만두게 됐다.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남자와 사실 별 큰 관심도 호감도 없지만 일단은 지금 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여자를 봤을 때. 주위에서 하도 말하던 것들을 드디어 알게 됐을 때. 아, 이래서 이야기를 (엿)듣는구나 싶었다. 누군가 직접 이야기했더라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내가 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듣는 것이 돼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때쯤이면 슬슬 지치고 있을 때라 그만 둘 이유들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 식어버리게 되는데는 여러 가지 경위가 있겠지만, 어쩌면 좋아버리면은 몽땅 던져버리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겁나 벽을 치면서 일정 정도의 거리를 상대한텐 요구하고. 그건 집착적으로 가는 가장 좋은 길같다. 이제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그 때 알았으면 좋았겠지라고 생각해본다. 후회할 일을 안 벌리게 되면 알게 되는 일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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