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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월 27일







: 목적없이 찍는 사진들이 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눈 앞에 있는 걸 찍는다는 느낌. 대게는 카메라를 새로 사서 화소를 확인하든 화질을 확인하든 대충 이런 놈이겠구나 할 때나 하는 거. 그런 식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싶다. 매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건 지지난학기였는데, 문학철학 시간 때 문학의 속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학 중에서도 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시와 가장 닮은 다른 것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게 됐다. 순간을 잡아낸다는 점, 그 순간은 누군가에겐 잡아낼 가치도 없을만큼 흔한 순간이라는 점, 하지만 그 순간을 들여다보고 그걸 쓴다는 점. 그게 자기만의, 자기만 알아듣고 이해하는 글이 아니라는 점. 그 울림은 여러 사람에게 간다는 점. 시간을 행간이든 프레임이든 잡아낸다는 점이 나한테는 그 두 가지가 닮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글은 그런 것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쭈우욱 읽게 하면서 어떻게 보면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는 보다 구조적이면서도 엄격한 것이라고 생각해보다가 버지니아 울프를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글에 틀을 지우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이 그 글을 하나의 상황적 맥락에서 제3자가 그 사건에, 시간과 순간에 개입하기 위해서 일부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는 날이 아주 종종 있다. 그런 날에는 부담이 없어서 편하다. 이야기를 하면서 이 사람한테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걸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들을 만들지 않아서 편하다. 어떤 날엔, 사람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위험하게 생각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사람을 위험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모습은 나랑은 달랐지만 그렇다고 내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어떤, 모든, 일부의 생각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오며 결국에는 나에게로, 나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가게 된다. 

 클럽이나 가서 뻑쩍지근하게 놀면 이 무료함이 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공간에 들어가는 그 과정까지. 가령 화장을 하고 입장을 하고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고 한참 더워하다가 잠깐 쉬었다가 여름이었으면 에어컨을 찾으러 돌아다니고, 많이 덥지 않다면 어디가 제일 노래가 잘 들리는 곳인지 찾아보고, 지쳐떨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도 보고, 반대로 그런 친구한테서 일으켜세우기를 당해보고. 취하고 머리를 흔들다가 온 몸이 어지러워지는 것 같고, 첫차는 오지 않고 몸은 지쳤고 발은 아프고. 이런 식의 생각을 하다보면 그런 감상도 지루해져서 그만두게 된다. 아무것도, 가급적이면 아무것도 어떤 일도 벌리지 말고 지내보세요. 이런 걸 과제라고 말하는 것도 웃긴데, 휴학계획서를 써야하는데 한동안은 좀 쉬고 일도 구하고, 여행계획도 세우고 뉴질랜드로 넘어가고 싶습니다. 가급적이면 올해 안에 한국에서 지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어요. 이게 지금 단계에서,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시험들과 과정들을 위한 계획들을 세우고 준비하고 기다리고 대비하면서, 이런 상상정도가 최대한도같은데, 최대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것도 피하는 생각일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오게 되면 또 나를 몰아세우는 과정이구나, 싶어지면서. 다시 이 생각도 그만두게 된다. 포개놓은 다리가 저려오고 목도 아프고 어깨도 찌부둥하고 맥은 빠르고, 그럼 운동을 가면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운동도 뭣도 그냥 지루하게 지방만 늘리면서 사는 일도 꽤 괜찮을지 모른다, 고 쓰는 건 또 하나의 위선일지도 모르겠고. 

 그냥 좋아하는 노래 주구장창 듣고, 보고 싶었던 영화든 만화든 질펀하게 보면서 엉덩이도 질펀해지고 맥박만 빨라지고, 지방지고 기름진 생활을 하면 어떨까. 고급형인간으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냥저냥 보급형처럼,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마냥 나쁘지도 않고 기술이 있으면 그 나름대로 꽤 괜찮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처럼, 그런 인간처럼 살고 싶다.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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