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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꿈 얘기


사실 어제 꿈을 두개 꿨는데, 하나를 거의 완전히 잊어버려서 못 쓰다가 글씨쓰다가 생각이 났다. 요즘 고문(古文) 수업을 들어서 한자를 배운다. 한시를 배운다는 게 더 정확하지만, 그렇게 읽는 한시를 하나도 모르겠어서 한자 공부를 다시 한다. 어렸을 때 서당 비슷한 걸 다녔었는데, 그 때는 어느 정도 글씨가 되는 사람만-어느 정도가 된다면 누구든-붓펜으로 글씨를 쓸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할아버지가 깎아주는 연필을 가지고 그 글씨를 손에 익고 눈에 익을 때까지, 비슷한 모양의 글씨가 나올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어쩌다가 카페에 왔는데, 어쩌다가 친구를 만나 어쩌다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왜 하냐고 묻길래, 빽빽이라고 대답할 뻔 했다. 사실 이건 뺵빽이라기 보단 한글자 한글자를 알지 못하면 그 의미를 파악할 수가 없어서 하는 일이니 빽빽이 일지도 모르겠고 아닐지도 모르겠어서.

 오늘은 거의 반나절을 누워있다가 또 꿈을 꿨다. 요즘은 확실하게 몸이 안 좋은데, 심장도 심장이지만 위장이니 장이니 하는 것들이 안 좋은 것 같다. 이럴 때 죽이라도 끓여먹어야 하나. 눈 오는 날에 먹었던 참치야채죽은 참 맛있었는데 어느 때부터 통 안 먹는다. 그건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거겠지만. 

 꿈에서 고대하던 스키장을 갔다. 그런데 어쩐지 스키장에서 내려오는 내 발에는 스키가 있어서 대여소에 2만2천원을 내고 보드로 교환해야 했다. 2시간이었나를 기다려야된다고 했는데, 아마 2시간 하고도 20분을 기다렸는데도 보드에 대해서 통 소식이 없길래 주인장한테 물었다. 보드 어디갔냐고. 그런데 그 얼굴이 상당히 익숙했는데, 그게 수염 덕지덕지 한 것이 어느 연예인인 건지 며칠전에 갔던 술집에서 작업걸던 남정네인지 도통 모르겠다. 여하튼, 아 개그맨일지도 모르겠다. 보드를 기다리는데 어찌저찌 해서 받은 보드가 스노우보드가 아니고 스케이트 보드였다. 꽤 예쁜 모양으로 라인이 예뻐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리프트를 타러 가는 중에 그 바닥에 바퀴가 달린 걸 봤다. 처음에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리프트는 1인용도 있었고 2인용도 있었는데 1인용은 너무 위험해 보여서 뒤에 오는 2인용을 탔다. 리프트는 빨간 가죽 소파였는데,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꿈에서 버스를 타든 어디를 이동하든 이동수단을 타게 되기 전까지는 이미지가 있는데 타는 중에 이미지는 없다. 그렇게 또 보드를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보드를 못 받았다. 주인장이 또 잊어버려서. 그런데 여기서 주인장한테 화를 내다가, 그 중간에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내 탓도 있다고 이야기한 꼴이 재밌었다. 그 순간에, 어쩌면 꿈이라 더 천천히 변한지도 모르겠다. 주인장의 얼굴이 긴장에서 우세로 바뀌는 순간을 본 것만 같아서다. 그 순간에, 꿈에서도 꿈이라면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데 왜 나는 꿈에서도 이런가 라는 생각을 했다. 

 자각몽이라고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건, 자각몽은 꿈이 꿈인 걸 꿈 속에서 아는 상태라고 하지만 그런 꿈은 흔히 꾸고 그 상태를 인지하고 꿈의 흐름에 맡기는 게 아니라, 꿈이니깐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그런 걸 자각몽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깐 이건 꿈이 꿈인 줄로만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바뀌지는 않는 꿈. 자주 꾸는 그런 꿈이 된다. 꿈이 꿈인데도 꿈처럼 하지 못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그거 때문에 꾼 꿈일지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 꿈에서도 그러니. 그건 꿈이 아니래도 겪기 싫은 상황인데, 라는 생각이 있어서. 


요즘 날씨는 왜 이렇게 추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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