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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 칠월칠석인데 비도 안 오냐, 라고 쓰고 있었는데 밖을 보니깐 비가 엄청 오고 있었다. 1년만의 만남이라고 우는 거라고 감상에 젖으면 뭔가라도 울컥하거나 젖어오를 것 같았지만 퍽퍽하게 말라버려서 어떤 것도 쓸 수 없어지는 때가 오는 것 같아서 갑갑하다. 확실한 것이 없어 같은 것이 너무 많다. 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매번 같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이 또한 같아서 같으니 같아져버리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떠돌아다닌다 생각들이. 계속해서 해체하면 뭔가 나오는 걸까.

2. 먼 어느 날 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벌 써 내일 모레다. 불안하고 배가 무겁다. 꽤나 많이 의지했기 때문에 친구가 없을 2년이 무섭기까지 하다. 게다가 내년을 생각하며 여러가지를 결정하려 하는데, 같이 있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물론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너가 없을 생각에 벌써부터 외로워진다. 만나야 하는데, 만나면 실감날까 그렇고.

이렇게까지 졸아버리면 그릇이 타버릴텐데, 밑도 끝도 없이 쫄고 있다.

3. 사실 7시간 차 나는 곳에서 하는 연애라든가 여행을 자주 떠나는 연인에 대한 노래는 정말 그들사이의 물질적인 거리가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가 아닐까 싶다. 아니 매우 많은 때에 같이 있음에도 같이 있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고, 연애를 해도 외로워요ㅜㅠ 하는 사람이 더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서 같이 있어도, 같은 시간대에 있어도, 같은 지역에 있어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은 외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생각하고, 생각한다. 생각하고 생각하니깐 생각해서 생각한다. 생각 은 살아있음을 깨닫는걸까 라고 생각해본다.

5. 글이 안 써져서 징일칭얼징징 거리다가 그냥 한다. 언제는 안 그랬냐면 지랄하면서도 썼던게 글이고 만들었던게 영상이고 봤던게 영화고 머리싸매면서 했던게 책 읽기니깐. 참 뭣도 없으면서 말해도 많다   하다가 이놈의 자존감은 갑자기 어디까지 바닥치는걸까 라고 생각한다. 말이 너무 딱딱해. 쓰고 싶으니깐 하고 싶으니깐 그래도 ㅎㅏ고 싶고 그랬으니깐. 아오 이놈의 마우스는 어디까지 지랄맞을꺼야

6. 기억의 습작. 당신은 나의 습작. 당신과의 기억은 나의 습작. 당신과 함꼐 했던 시간으로 이뤄진 나는 나의 습작

뭐야 이 이기적인 년은

7. 어젯밤에는 언니가 사라졌었다. 자려고 하는데 언니가 없는거야, 난 그냥 그런 줄 알았는데 언니 남친이 어디갔는지 아냐고 물어봐. 자기가 자는데 뒤에 창문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깐 언니였대. 근데 그러고는 어디갔는지 모른다는거야. 언니를 찾기 시작했지. 그 넓은 휴양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뒤지다가 찜질방 앞에 갔는데 언니같이 생긴 사람이 보이더라고. 울면서 와. 어떡해 안아줘야지. 토닥토닥하는데도 계속 울어. 그래서 어딘가 앉았어. 그 때 나랑 친구랑 그 오빠랑 있었거든. 근데 그 둘이 오기 전에 나한테 얘기하더라고. 죽고싶다고, 죽고싶어서 강물에 들어가서 죽을까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죽지 못했다고.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아. 얼마나 무서웠겠어. 어쨌든 그렇게 오빠랑 친구가 오니깐, 오빠가 계속 물어봐. 어디갔었냐고, 왜 우냐고. 그냥 이라고 언니는 말하다가 돈때문에 울었다고 얘기해. 계속 물어보니깐 자기 집의 빚도 그렇고 자기가 가진 빚도 그렇고 돈이 너무 거지같다는거야. 달래고 달래주다가. 그 둘은 방에 들어가고 친구랑 담배를 폈어. 마음이 무겁지 가볍겠어? 친구랑 얘기할까 해도 마음이 무거워서 말도 잘 안나오는거야. 나중엔 언니만 나오더라고 그래서 강물 앞에 있는 정자로 데려갔어. 샤우팅이나 하자고. 나는 나랑 같이 일하는 놈 욕하고, 언니는 세상 욕하고 그렇게 욕으로 범벅하면서 조금 시원해졌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친구도 있으니깐 방에 들어가서 술 마시면서 얘기하려고 했어. 근데 뭐 어떻게 되서 방을 옮기고 이불을 까니깐 졸리지. 자야지. 그렇게 아침이 됐지. 언니는 기억을 못 하더라. 근데 어쩌지 난 다 기억이 나버리는데. 놀려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지.

돈 때문에, 돈 참 거지같잖아. 사람 거지로 만들고 비참하게 만들잖아. 있으면 좋지만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지금 카페에서 글을 쓰는 것도 돈이 있어야 되는거잖아. 담배를 피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하고 노래를 듣고 핸드폰을 가지는 것도 그렇잖아. 일하기 싫어. 서비스를 팔기 싫어. 제공하기 싫어.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깐 근데 제공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는 거 아닌가 하고 울고 싶잖아. 

서럽게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면 참 갑갑하니깐, 우는 사람한테 울지마라고 하면 더 서러워서 울게 되잖아. 

차라리 우는 사람은 계속 울게, 알아서 그치게 계속 울라고, 시원하게 울라고 하면 좋잖아. 그렇잖아. 

친구 보내야하는데 잘 보내주고 싶은데, 내가 줄 수 있는게 시간밖에 없으니깐 미안하잖아. 괜찮다고 할 놈이겠지만, 그래도 그렇잖아. 놀고 싶고 술 마시고 싶은데 어디까지 써야할지 생각하니깐 짜증나잖아. 아, 관두고 싶어도 관둘 수가 없잖아. 재밌게 살고 싶어. 연애하기 싫고, 찐하게 사랑해보고 싶어. 젠장 숨쉬는 것도 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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