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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바다


1.
바다에 다녀왔다. 있던 일정 모두 제끼고 바다에 다녀왔다. 집에서 눈을 뜨자마자 씻고 옷 입고 출발했다. 이 무계획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 지난 밤 계획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카페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바다를 제일 잘 볼 수 있는지. 제일 멀리 나가 사람들 밖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모두 찾고 준비한 일이었다.

하지만 밀물 썰물을 생각하지못해 저녁 늦게 바다를 가까이서 봤고, 날씨를 생각하지 못해 따갑게 내리는 눈을 맞았다.

2. 저 수평선 가까운데를 봐야 바다가 어른거렸다. 눈이 뿌연 것인지 바다가 뿌연 것인지 너무나 아득하게 느껴지고 아련했다. 그래도 거기 있구나, 너 거기에서 오고있구나 아 끊임없이 계속해서 너는 거기에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 너는 거기에서 오고 있구나.

3. 딱 봐도 바다에 온 사람들이 있었다. 가방은 가볍고 지갑은 무거워보이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이 어쩐지 새같아서 웃어버렸다. 나와 그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같은 곳을 향해가는지도 모르겠구나. 모두 두꺼운 겉옷에 몸을 숨기고, 바다까지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들이.

4. 바다로 가는 길에 산을 봤다. 붉은 흙이 마치 피처럼 흐르고, 덮고 있는 산을 봤다. 황토는 적조현상이 일어났을 때 플랑크톤을 흡착시켜 다시 가라앉게 한다고 한다. 인간은 무얼하나, 마치 모든 생물의 결정체인양 이야기하는 인간은 무얼하나. 사실상 자기들이 살아가기 위해, 보다 '더' 살아가기 위한 욕심을 위해 부수고, 그 처리를 한다고 생색내고 있는게 아닐까. 사실 지구 입장에선 박멸해야하는 해악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가면서 또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어버리겠지.

5.대학에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내 삶이 너무나 서러워져버린다. 배우고 해왔던 것들을 모두 다 잊어버리고 결과만을 바라보고, 그것만이 전부인양 성적의 노예가 되버린다. 안 그러겠다고 해봐야 뭐가 남나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또 아무것도 못하고.

아, 오늘의 낭만부 때문이다. 어떤 날은 그걸 보고 달려나갔고, 어떤 날은 울어버렸다. 잃어버린다고 하기도 힘들게 희미해져버린, 그들이 말하는 낭만이라던 사실은 나의 삶이라고 했던 것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농도가 점점 낮아지더니, 흐려지더니 눈 앞이 뿌연건지 정말 흐려진건지 알 수도 없게 희미해지더니, 수증기처럼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으로 희미해지더니 톡 하고 건드려서 터지던 날치알처럼, 톡 하고 건드렸더니 터져버린 비눗방울처럼. 사라진 것 같아서

매번 슬프다 못해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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