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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5월


1. 동기는 단순하다. 오늘 밤은 일찍 자기 아쉬울 만큼, 이 밤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밤만 같았다.
2. 왜 이 곳이냐면, 부담없이 글을 쓸 수 있어서 라기보다는. 오랫만에 여기에 와서. 동기 중 한명이 영화에 관심이 있다.
오지랖은 좀 버리고 싶다만, 그래도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알려주고 싶다.  
3. 기억에 남을 만한 짠한 걸 해봐요! 라는 제안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4. 뭐랄까 오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라일락이 피고 있고, 아직 덜 핀 라일락 향이 공기를 매우고 있다. 아, 그 꽃은 참 향이 강하기도 하지.
가끔 생각하건데, 라일락 꽃으로 방을 채우고 있다면 질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진짜 가능할 것만 같은.
여하튼,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은. 꽃이 개화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만개할 것만 같아서.
그럼 공기가 바뀔테니깐.
5. 카페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건, 내 혀는 예민하다는 것.
예를 들어, 내가 만든 라떼를 마시다가 할리스에서 만든 카페라떼를 먹었을 때
우유를 흔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는 것.
우유를 잘 흔들지 않으면, 우유가 거칠어져요. 혀에 스크래치 나는 줄 알았네, 라는 우스갯소리.
걸음걸이, 차분하기, 할 일 찾고 필요한 걸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시. 이런 것들.
5-1 글을 쓸 여유가 없었을까. 모든 수업은 7시에 끝나고, 금요일 공강에, 주말 10:30~18:00, 10:30~17:00인데?
이렇게 생각하다가. 사람 사는 게 시간표같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말 닫기. x, 캔슬. 취소. 뒤로가기, delete
 
6. 라일락이 이즈음 핀다는 건 지식으로 아는데, 왠지 라일락하면 여름이 생각난다.
4월 30일에 처음으로 라일락 향을 맡았다. 여름이 오나 싶어서, 집에가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여름이 오나봐. 라일락 향이 나" 그랬더니 엄마는 "5월이라서 그래. 그게 5월오는거야"
다음 날, 마침 또 5월 1일에 일을 나갔다. 사장님은 "벌써 오월이라니!" 하셨다
왠지 기분이 묘하다. 라일락이 여름으로, 라일락이 5월로, 5월이 오월이 된 것 같아서.
참 묘하고 또 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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