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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시작의 글


1. 이 기억에는 오해가 있다.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 왜곡이 있기도 한 것 같다. 내가 기억한 것과,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르다.
기억하는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전해들었거나, 하는 사람들. 나는 기억하건데, 그 때의 감각도, 나이도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이런식.
>나는 턱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어렸을 때 사촌동생들과 소꿉놀이를 하다 생긴 것이다. 나는 아빠였고, 생계를 유지해야 했으며, 밥=이끼 를 구하러 난간에 매달리다가 떨어졌다. 다행스럽게도 턱부터 떨어졌고 튀어나온 빨간 벽돌이 더 빨갛게 되도록 피가 났다. 누군가 휴지를 건내줬고, 지금 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러다가 더 안 좋아지겠다 생각했다. 턱을 감싸고, 빨간 프라이드의 뒷자석에서 울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뭐든지 신기했기 때문에,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병원에 도착해서 초록색 천이 내 눈을 가렸다. 무언가 턱으로 들어갔고, 울지 않았던 듯하다. 의사선생님의 칭찬 "울지 않다니, 대견하다."

>이층에서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턱을 다치지는 않았다. 당시 마당의 흙을 뒤엎어놔서 매우 폭신했으며.
1. 다쳤다. 골반 부터 떨어졌다. 흉이 생겼다.
2. 다치지 않았다. 신이 너를 돌보신다는 증거다.

기억이 하나가 아닌, 두 개 이상이 될 때는 혼란스러워진다. 무엇이 사실인지 아닌지, 그것이 중요하다기 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의 모든 것이 다 확실한가. 하는 의문이다.

매일같이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누군가의 얼굴은. 정말 '누군가' 가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소중하다고 그렇게 외치던 순간이. '좋긴 했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라고 축약될 것 같아서.
언젠가 '그렇게 말했던 순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때가 되면 그 말이 무슨 말이었는지 들리리라.' 라고 문장을 써내려간 이유도 잊을 것 같아서.

처음 시작은 그랬다. 매일같이 벌어지고, 나라는 사람이 가진 수많은 맥락을, 너무도 무심하게, 너무도 잔인하게, 지나치고 짓밟고 있는 듯 하여.
그러다가, 특별한 일들이 아니더라도, 매일매일을 기록하는 것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기억이 의심스러워서 글을 쓰고 있다.

1-1. 기억이 나를 만들어가고, 지금의 나는 예전의 모습에서 출발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2. 물은 정말로 심오하다. 아니, 내가 관심이 생겨서 그것만 보이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어찌나 신비할까. 하는 생각을 해.
나중에 공책에 쓴 글을 다듬어야지.

3.그래, '소비자' 가 되어선 안되지.
그거에 안주 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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