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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0일


1. 아빠는 기쁜 일이 있으면 자기가 왜 기쁜지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서, 내 글을 읽고 좋다고 이야기를 한 다음에 내가 왜 좋냐면은. 그 글은 말이야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어떤 서사를 이끌어내는데 그게 개인의 경험에 기초했지만 전체를 아우르기 때문에 단단한 토대가 되고, 넓게 퍼져가거든. 아빠의 말하기는 내가 말하는 거랑 비슷하다. 아빠를 이렇게 닮았나 싶기도 하다. 왜 자기가 싫어하는 걸 닮아가는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될만큼 그 사람이랑 어떤 친밀감을 형성했나,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보냈나? 그것도 잘 모르겠고. 가족은 무섭게=자기가 의식하지도 못하는데, 꽤나 많은 영향을 주는구나 싶다. 



2.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괴롭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좋아서 생기는 문제다. 마냥 좋은데 마냥 좋을 수가 없어서, 좋기가 싫은데 좋아하고 있어서.
한시라도 빠르게 더 멀어지고 싶은데 그렇다고 당장에 끊어내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참 싫다.
그런데 너무 좋다.

결국에는 그런 상황이나 말에 있어서 제대로 의사표현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라고 계속 생각해왔는데 제대로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쳐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술 마시는데 찝적거리던 남자들은 무슨 말을 해도 물러날 줄 몰랐고, 결국에는 앞에 있는 친구랑 사랑에 빠져볼라니깐 좀 꺼져라는 식으로 말해야.
역시 겉모습은 중요하구나. 그렇게 말해서 먹히다니. 여하튼. 말을 하고 해도 못 알아듣던 사람한테는
어떤 사람한테는 정색을 하고 이야기를 해야하지만, 그것도 계속 되는 건 아니다.
하기는. 계속해서 지속되는 게 어디있을까. 다 사람일인데. 
잊기도 하고, 무뎌지기도 하고 그러는 거겠지.

3. 글을 쓸 때마다 누군가의 얼굴이 어른거리는데, 그 기분이 결코 좋지가 않다. 몇 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단 한번에 파악되지 않도록 하는 건 도대체 무슨 노력이길래. 무슨 마음이길래. 때때로 나를 그렇게나 작게 만들고, 쪼잔하고 찌질하게 만드는건지. 왜 하나로 통합된 것이 어느 순간 멍청하고 우둔한 것처럼 보여지고, 그렇게 생각하게 됐을까. 

겨울엔 손이 따뜻해지기 쉽다. 여름엔 손이 그렇게도 차갑더니만 겨울만 되면 손만 차갑다. 손이 차가운 사람의 손을 잡으면 그 나름대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손이 녹아간다, 이런 기분이 아니라 내 손도 차가워지고 그 사람 손은 말랑해지는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내 손이 더 차가워진다. 그러면 아까보다 조금 손이 따뜻해진 사람은 내 손이 차갑다면서 또 손을 잡아주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알아서 손 익힐거야 하면서 주머니든 장갑이든 손을 넣고는 한다. 이건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체로의 이야기다. 참 이상한 일이지. 사람은 그렇게나 다른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달라도 비슷한 구석들이 있다는 게. 

사람하지 말자. 이 말이 오타가 나면 사랑하지 말자가 되는데, 그럴싸한 오타같다. 
교수님이 고수님이라고 오타가 났을 때 그럴싸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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