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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1월 24일

2주 동안 수업도 안 가고 단 한줄의 시 비슷한 것도 쓰지 못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 뭔가에 쫓겨가면서 쓴다고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내가 알고 배우기론 시는 순간의 포착인데, 스스로에게 주거나 주어지는 순간조차 
포착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삼 몇개의 글을 끝내고, 어떤 종류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드디어 된 오늘은 잠만 자고, 익히 들었던 영상물을 보고,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다가 지나가버린 시간이었다.

비가 오길래 밖을 나왔더니

시를 쓴다는 건 별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머리에서 미끄러진 헤드폰 때문에 빗소리를 듣는다던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 우산 아래 얼굴들이 각자 다른 얼굴들이라는 걸 알게 된다던가
같이 가면서도 우산을 함께 쓰지 않는 사람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나
한 블록쯤은 비를 맞고 간다거나, 아니면 학교를 말하면 어디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역 다음에 있는 역에 있는 곳이라고 설명해야됐다며 학교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 반가워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거나하는 것들
을 들으면서, 그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쓰는 게 시가 아닐까 싶었다.

나는 --처럼 슬펐다는 과제에

나는 자기소개처럼 슬펐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은 자기소설을 쓰면서 자괴하던 사람이 슬퍼보여서였고
자기소개서를 써도 자기를 소개할 수 없어보여서 슬퍼보여서
나는 그게 그 날따라 너무 슬퍼보여서 그렇게 썼다.

주어를 잃은 문장들이 몸을 휘감고 있을 때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그 휘감고 있는 현실은 누가 강제해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기가 끊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었다.


많은 말이나 단어들이 스쳐지나간다.
왜냐하면 속에서 끓는 생각들이 막상 글로 옮겨졌을 때
원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혹은 내 생각이 아직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손이 굳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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