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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예민해서 힘들다던 친구에게 아무말도 못한건, 그저 묵묵하게 들어주는 상대를 위한 행위같은 건 아니었다. 예민한 건 좋은거야, 라고 말하기엔-물론 내가 그만큼 예민하다고 할 수없다. 하지만 예민함은 또 하나의 가치다. 아무래도? 아무래도.-그렇게 말하기도 싫었고, 그건 동시에 나에게 하는 침묵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느끼지 않았거나, 그 가닥을 건들이지 않았다면 아니면 그 가닥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 가닥이 내게 닿게 될 거라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그렇게나 무감각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무심함은 하나의 방어기제이려나라고 생각하다가 식상해서 그대로 놔둔다. 나중에 이거나 보고 낄낄거리라지. 

세상이 아름답다는 건 하나의 시각이다. 한 면만을 선택해서 보겠다는 관찰의 선언이다.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겠다. 왜냐하면 내 눈에 지금 보이는 것들 중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도 성립하지 않을까. 나는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인다. 왜냐하면 그렇게 보일만한 요소들이 도처에 깔려있고, 조금만 걸어도 떨어뜨린 컵 조각들이 있는 방바닥을 맨발로 걸어보는 일이기 떄문이다. 더러운 방이라 뭐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발바닥에 뭔가 박혀야 알게 되는데 사실 그렇게, 그래서 생각해보면 방바닥은 위험한 곳이니깐. 하나도 아름답지 않아! 라고 할수도 있는 것 같다. 

정확하지 않은 맥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불규칙한 맥은 사실 심하지만 않으면 심하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 특수 행위, 예) 여행 시 유의사항이 되는 것 뿐이겠다. 그래서 난 여행 가는 게 조심스럽고 약이라도 타올까 싶다. 살짝 돌아버릴라고 그래버릴라고. 그게 무서워서.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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