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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11월28일

겪어 

본적 없는 산만함에
본적 없는 불안함에
본적 없는 우울함에

정신과 상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1회 비용이 3만원이라는데, 1회로 되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얼마나 필요할까,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해야겠지, 그나저나 그 사람이 뭐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할까. 허무맹랑하다는 듯이 이야기할까. 그럴 바에 마음공부하라고 할까. 나는 왜 상상만 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왜 그 사람은 생각하면 힘들어지고 머리도 아픈 것도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나다가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도대체 내가 뭘 했길래 라는 생각까지 가면서 피해망상처럼 흘러갔다가

정신상담이라는 건 누군가의 판단이고 쌓여진 이력들에 의한 진단인데, 그렇게 진단받으면 난 그 이력에 대해 신뢰하면서 이럴 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진단하게 될 것이고 만약에 약을 처방받게 된다면 또 약 달고 살면서 수틀리면 약이나 쳐먹고 있겠지 싶은데. 지금까지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들은 다시 나를 향하게 될텐데 사실 그거만큼 반박하기 어려운게 있을까.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면서 동의하던 것들이 친구잖아. 

아마도 지금 이렇게 위태로운 건 며칠 전 뱉은 말이라던가, 생각지 못한 상황이라던가, 아주 안 좋게 흘렀을 때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 사람들이 없다면 그러면 앞으로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며 사실은 털어놓지 않아도 되지만 털어놓을 수 없는 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그걸 잃어버리면 정말 잃어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게 너무 마음에 막혀서 마음이 아프다가 걸을 때마다 눈물이 나다가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인가 하고 생각해보다가

2년 정도 헤매고 이제는 괜찮다는 친구 말에 그럼 나도 그 2년 중에 1년 정도를 보낸걸까. 아니야 작년에도 힘들었어. 하지만 그 때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 내가 뭘 해야할지 몰라서 힘들지는 않았잖아. 아, 정확하게 따지면 이번 학기부터야. 왜 이렇게 된거야. 도대체 뭐가 빠진거지. 아니 뭔가 있었나? 또 잊었나. 사람들과의 일이랑을 생각해보면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그 상황이나 입장에서 벗어나려고 마구마구 이야기를 한 다음에 한결 가벼워지고는 잊어버린 다음에 마치 그 상황에 내가 있었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빠져나오기만 했지 한번도 내가 문제를 끌어안아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럼 지금은 당장 뭘 끌어안아야지. 

이게 단순히 오늘 어제의 일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며칠 전에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눈물나게 세상이 아름답다가 이제는 마음이 비틀거리는 것 같고 숨쉬는 게 힘들어지지만 그렇다고 숨이 막히지는 않고 그냥 숨막히는 기분에 그렇다고 머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지는 않고, 그냥 힘들다고.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솔직히 말을 하면 누구한테 그렇게 이야기를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 사실은 그냥 아무나 말고 잡고 싶은 사람들 중 하나라도 붙잡고 힘들어서 그냥 왠지 모르겠는데 힘들고 불안해서 좀 미쳐버릴 것 같다고 예전하고 너무 달라진 것 같고 이건 내가 맨날 비판하던 모습인데 그걸 지금 내가 하고 있다고 나 어떡하냐고 답을 물어본 건 아니라고. 이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그냥 놓아버리고 싶었다고. 그런데 내가 도저히 못 놓고 있겠다고. 내가 붙잡고 있는 게 뭔지도 모르겠다고. 난 시도 못 쓰겠다고. 이건 시가 아닌 것 같다고. 그 문장이 전부인데 더 이상 수정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보여줄 사람이 필요한건지,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한건지 사람이 필요한건지 내가 필요한건지 사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 건지 난 어떡하면 좋은지. 왜 말이 나오지 않는지, 왜 집만 생각하면 숨막히게 답답해서 사람이 있지 않을 때만 기다리면서 들어가게 되는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정말 무서운데 무서운데. 

글이 끝나는 걸까 

생각이 끝나는 걸까

이야기가 끝났나

고민이 끝났나

사실은 아무것도 안 끝났지

그런 기분이지만

그래 사실은 아무것도 안 끝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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