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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12 수료/수료식

수료식-1


오늘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한 아주머니가 머리띠를 짜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건 검은색 실과 구슬이 계속해서 만나 띠를 촘촘하게 구슬로 박고 있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수료식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던 참이었다. '앞길이 구만리' 란 제목과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1만리, 그리고 퀼트.

아주머니의 손을 계속해서 보다가, 우리가 퀼트를 만드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초등학교 5-6학년 쯤, 여자애들 사이에선 '손뜨개질 목도리'가 유행이었다. 어떤 애는 남자친구에게 주겠다고 하고,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같이 어울리고 싶은 마음으로 목도리를 짰었다. 문방구에서 가르침을 받고, 할 것이 없거나, 짬 날 때마다 목도리를 계속해서 짰다. 그래서 우리가 퀼트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퀼트라는 말로 압축되는 것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견디지 않았다. 심심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떠한 것도 하지 않았다.

'각고면려'
: [명사] 어떤 고생무릅쓰고 마음다하여, 무척 쓰면서 부지런히 노력함. ≒각려().

우리는 자신을 위해, 같은 팀원들을 위해 혹 하자를 위해 (맹목적은 아닐지라도) 그 시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즐거워 하다가 불안해 하기도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지는 않았지만. 스스로가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 '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행위라고 생각했다. 반복적인 동작,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주의할 점은, 시간 날 때 하더라도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눈 파는 순간, 코를 잘못 꽤거나 바늘을 놓치거나, 실이 엉키거나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하고 익숙한 사람들은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1만리라고 표현한 시간은 우리가 '익숙'하고 '잘'하긴 짧았다고 생각한다.

1만리 같은 하나의 그림을 지금 다 짠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이 우리에게 다음을 바라볼 지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자작업장학교를 졸업하면, '나침반'을 준다고 한다. 그것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수료를 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이 하나의 조각을 나침반 삼아, 앞을 갈 것이다.

'퀼트'나 '손뜨개질'로 일약되는,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이 '취미'나 '내가 가진 능력 중 하나'로 압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하고, 몰입하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곳에서 학습하지 않았나.

9개의 조각이 모인다는 것은 '퀼트' 라는 컨셉으로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컨셉 뿐 아니라 저번에 말한, 교차점과 다른 시공간이 생각나서 '양탄자를 짜는 사람'이 생각났다. 양탄자에는 긴 이야기가, 한 사람의 정성과 다른 이야기가 담긴 양탄자가 있으리라 하는 기대를 생기게 하지 않나

1. 뭔가를 짜는 손, 10초 정도 보여주다가 투명도 낮아짐. 한 명 한명, 사진들이 나옴. 슬라이드로 사진을 보여주다가, 짜는 손의 투명도가 높아짐. 손이 계속해서 짜기 시작한다. 나온 사진들이 글자를 이룬다.
'앞길이 구만리' 글씨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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