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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여기는 나의 어제였고 오늘이다.


한 가지 생각을 놓쳤다. 분명 쓰겠다고 생각해놓고 메모를 안 해놓은 탓이다.
아, 메모의 중요성이다.

1. 차에서 많이 앉은 날은 으레 잠을 설친다. 집에 오자마자 잠을 잔 것 같은데 다시 깨버렸다. 덕분에 미루던 글도 쓰고, 오늘도 글을 쓰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그걸 다 마치고 자면 다행이겠구나 고 생각한다. 2012년 처음, 어쩌면 몇년만에 처음으로 단순이라는 말을 들었다. 신기했다.

2-1. 설날이 되면 제사를 지내러 큰 할아버지네에 간다. 집은 달라도 언제나 병풍과 홍동백서로 상은 차려져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형제부부와 자녀들이 그곳에 있다. 예전에는 다른, 정말 머나먼 친척들도 와서 내 또래사람들과는 오빠 컴퓨터를 건들이면서 게임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친가 쪽 사람들만 보인다. 대학생이었고 교생이었던 사람들은 대학원생이 되고 선생님이 되었다.
 병풍의 글씨는 볼 때마다 좋았는데 고조할아버지가 직접 썼다는 걸 들었고, 고조할버님들의 얘기를 들었었다. 그 때가 일제시대라고 하니 병풍이 색이 바래는 게 눈에 띄었다. 퍼지는 생각을 잡아보면, 막연하게 이야기처럼 느꼈던 역사가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단지 과거의 인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상호작용하면서 현재에도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그들이, 그렇게 살지 않았더라면, 과연 아빠는 어떻게 살았을 것이며 과연 엄마와 만나 지금의 내가 존재 자체나 할 수 있었을까 싶어서.
 그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본다. 살아있는 그들에게 하지 못했을 말들을, 그냥 던져본다.
 신이 있다면 기도하고 싶어서 신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저 얘기하고 싶어서 이렇게 산다고 해봤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제사가 끝나고 향이 너무 독해서 누웠다. 굉장히 짧은 순간이었는데 잊어버린 강렬한 느낌의 꿈을 꿨다.

2-2. 짬이 나서 증산동을 돌아다녔다. 몰라보는 곳도 있고, 여전한 곳도 있었고.



건물의 나이를 알아보는건 기억 속에 있었냐 없었냐를 따질 수도 있지만, 빨간 벽돌로 지어졌냐 아니냐의 차이다. 오른쪽에 나열된 건물들 중 빨간 것들은 어렸을 적부터 있던 곳이었다. 3층 집에 4가구가 살며 지냈던 날들이 저곳에 있었다. 명절이 되면 비교되는 형편 때문에 부담스럽다던 속사정도 모르던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못 보는 사람도 생겼고, 할 수 있는 말이나 아는 것도 적어지는데 매년 이곳에 모인다.














보조물이 설치되고 계단이 생겨도 여전히 높았고 장난치기 좋았으며 



굽이굽이 쳐진 담벼락과 골목길에 숨기 좋았고 달리기 좋았다. 






큰 차도 기준으로만 따지면 이 동네는 너무 작다. 3분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도로로 다 지나다닐 수 있으니깐.

하지만 걸어다녀보면 2시간 아니 족히 4시간은 잡아야 이 동네를 다 돌아다니게 된다. 수많은 골목길들이 있고, 건물사이의 틈새로 샛길이 있고 지름길이 있고, 그 인근 사람들만 아는 통로가 있고 산과 이어지기도 하는 길이 있다.

거리거리마다 기억이 뛰어다니고 있다. 중학교 때 가출하면 잠자던 곳도 있었고 서로 털어놓기 급급했던 옥상도 있었고 너무 신나서 어쩔 줄 모르던 기억도 꿈꾸며 살았던 기억도 그곳에 있었다. 골목 만큼이나 많았다.







아마 많이 안 변했구나 라는 생각은 금가고 비가 새고 물떼가 낀 모습을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점심시간 마다 몰래 나가던 뒷문이 잠겨있었다. 왠지 안 하고 가면 서운해서 담을 넘어 별관에 들어갔다.

본 건물로 통하는 통로로 가는 문이 잠겨있었다.

최대한 멀리 달아나려고 했던 곳을 굳이 들어가고 싶어해지는 어제가 오는구나. 시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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