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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커피

여전히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사실상 달라진 것도 없지만 어떻게 보면 좋아지는 것도 없다.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어떤 기억과 관련된 소재와 관련된 글을 쓴다. 그 글을 써서, 누군가 봐서 부러운게 아니라 그렇게 매일같이 써내려가는 꾸준함이 부러워서 나도 쓰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무언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뭐라도 되지 않을까. 

어렸을 때부터 커피를 좋아하진 않았다. 옛날에 짱구는 못말려 만화책을 보면서, 어른의 맛이라며 음미하는 짱구가 그렇게나 맛있게 먹던, 아니면 코-피라면서 기영이가 마시던게 뭘까 싶어서 어른들은 애들은 마시면 안되는거라며 말리던 그 커피를 혼자 타먹어봤다. 프림도 듬뿍 넣고 커피도 듬뿍 넣어서 그건 사실 지금와서 마셔보면 커피가 아니라 커피맛 우유같은데 우유는 아닌 프림 정도 되겠지만, 그 때는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신기했다. 왜냐하면 맛은 없었고, 이런걸 마시는게 어른이구나 싶었으니깐

17살이 되어서도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데 나는 마시지 않았다. 쓰기도 썼을 뿐더러 맥이 빨라지는게 기분 나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맨날 그래도 뭐라도 마셔야겠으니 마셨던게 녹차라떼. 그러다 언젠가 누가 원두를 사와서 커피메이커에(?)에 마셨었다.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커피를 마시고 있다.

친구랑은 그때부터 친해지게 됐는데 친구가 바리스타라 내가 이런맛, 저런맛 이야기하면 이건 이래서 저래서 라고 이야기해주고 그걸 알아가는게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때 만난 남자친구들은 커피를 좋아했고, 드립을 잘 몰랐지만 아메리카노는 이래서, 저래서 라면서 알고 모르고 이야기하고 그 친구들은 매번 업데이트 된 정보들을 가져와서 듣는 내내 신기했다. 놀랍고도 넓고도 신기한 커피세계! 하면서 

카페 알바가 해보고 싶었던건 커피를 많이 마실 수 있어서+필요해서 였는데, 덕분에 커피콩도 먹어보고 매운콩 냄새도 맡아보고 드립도 어렵지만 커피 추출하는게 꽤 어렵다는걸 알 수 있었다. 맨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카페는 가던 곳만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시는 손님'이 된 곳도 적지 않지만, 카페 알바를 하고 나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시고 종종 카페라떼도 마신다. 라떼의 스팀이 잘되었을 땐 진짜 그 표면이 비단같고 부드럽고 그걸 마시면 정말 고소하다. 자판기에서 파는 200원짜리 우유만큼 맛있다. 그 우유가 들어간 아메리카노는 진짜 아메! 하고 외쳐보고 싶은. 아니면 라떼! 정도. 

몸에 좋지 않기 보다 커피를 복용하는 날들도 있지만, 그냥 커피가 너무 땡겨서 그 카페의 그 맛이 땡겨서 마실 때 마시는 커피가 참 맛있다. 몸이 원하는지,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카페를 발견하는 날이면 다른 날보다 더 신나게 되는 것도 같다. 

바람이 잘 들고, 흡연공간이 굉장히 넓어 갑갑하지 않고, 커피가 맛있고, 종류가 다양해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카페는. 
아, 천국이 멀리 있지 않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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