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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생리공결제에 대해

나는 피가 튀고 살이 튀는 공포영화 혹은 고어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 인위적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하면 고통스러울지를 극대화하여 보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가학행위인가 싶기도 하면서, 굳이 저런 영화를 보지 않아도 피 튀고 살 튀는 풍경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매달 거의 1주일정도 스스로가 살이 튀고 피 흘리는 모습을 본다. 혐오스럽고 거북하지만 사실이다.

생리를 처음 하던 날을 공익광고나 청소년 드라마 혹은 개인의 경험으로 되돌아보자만, 월경파티라며 축하받는 일이다. “너도 이제 여자가 되었구나!” 라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 그 말이 곧 “너도 이제 가임기 여성이구나! 국가에 보탬이 되겠어!” 라는 기쁨의 말인지 이제서는 헷갈리는 일이지만, 어찌되었든 그렇게 축하받는 대단한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개인적인 일일 때고, 밖으로 나오면 마법에 걸린 그날들을 얘기하며, 검은 봉투에 날 수 없는 날개를 편의점에서 사거나 학교에서 친구에게 빌리는 경우가 흔하다. 생리통이 심할 때 “배 아파?” 라는 남자친구들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경험은 누구나의 경험이 될 수 있을런지.

생리 혹은 월경에 대한 경험은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 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경험하는 한 달의 한번의 ‘마법’이고, 마법과 함께 오는 통증 또한 그럴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제출한 자료(초․중․고)에 의하면 수업하기 힘들 정도로 생리통이 매우 심하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1,441명 중 186명으로 12.9%, 약간 심한 편이라고 답한 학생은 39.8%, 지난 1년 간 생리통 때문에 진통제를 한 번 이상 복용한 적이 있는 학생은 39.2%, 거의 매달 생리할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한다는 학생은 8.2%로 생리 시 통증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통계자료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생리공결제에 대한 얘기는 이제야 좋은 사례/안 좋은 사례 에 대한 분석이 들어가고 있고, 한신대 안에서는 생리공결제에 대한 토론이나 의견, 그리고 어떤 캠페인도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생리로 인한 결석은 ‘교수 재량’ 하에서 병결이 되느냐 는 상황과 3번 결석 시 자동 F가 되는 시스템 속에서 생리공결제에 대한 오용 또한 고민 해봐야할 일이다. 하지만 생리라는 것이 단순 한 개인에 국한 되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이란 세계보건기구 헌장 전문에 규정되어 있듯이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는 적극적 의미로 본다면, 따라서 여성의 생리통은 질병으로 취급할 대상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적 특성 중 하나로 보면서 여성의 건강권 보장 측면에서 적절한 사회적 배려 대상 이라고 얘기한다. 이런 얘기라면, ‘실천’‘지성’ ‘인문의 성지’라는 한신대학교에서 한번, 아니 두 번, 혹은 계속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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