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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12 수료/검은방

영화 text

(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들)
1. 방
이곳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니 나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여기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가령 내가 창틀에 발을 얹고 싶다면 얹으면 되는 것, 옷을 다 벗고 자고 싶다면 자면 되는 것이고, 책을 바닥에 무자비하게 떨어뜨려 놓는다면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곳은 어려움이 없는 공간이다. 아니, 나를 보는 사람도 관찰하는 사람도 없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살아있을 뿐이다.
 
2. 글쓰기
나는 말하지도 웃지도 울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다. 계속해서 나의 양 미간을 끌어올린채 어딘가에 팔꿈치를 대고 글을 쓴다. 하나의 표현 방법이다. 그 글은 다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오롯이 나의 그 때의 감정과 상황에 충실한 글은, 거리두고 볼 시간이 없다면 그 감정들과 상황이 나를 다시 둘러싸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쓰고 있다.
 
3. 이불
여름에도 이불은 솜이불 같은 것이 좋다. 그것을 덮고 잠을 자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면 덥다 는 상관없다. 어차피 내 온몸을 이불속에 집어넣었을 때, 이산화탄소의 갑갑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난 다음 얼굴에 얹어진 이불을 확 걷는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거칠게 숨을 쉰다.  잠&영화보기&주변을 보고 싶지 않을 때, 나는 이불 속으로 숨는다. 그렇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그 안은 갑갑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낮잠을 잘 때 눈과 귀를 최대한 가리고 코와 입은 가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머지 몸은 다 이불 속으로.
그러면 내 방에서도 가장 안락한 공간으로 변한다. 
 
4. 그 외의 밖의 것들
사실 글로 옮기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나는 그곳을 상상하지 않았다.
 
-관계
는 계속해서 끊어진다. 어느 순간, 그 지점이 있다. 그 지점에 다달으면 나와 꼭 싸워야한다. 그리고 꼭 밤에 싸워야하고. 그때의 이유들은 과연 같을까? 여하튼, 나는 나에게 감정의 문제 혹은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세뇌한다.
다음 날, (표현상의 다음날이다.) 비록 부은 눈이나 양 미간을 찌뿌린채 일어나지만, 마음은 보다 더 가볍다. 하루안에 정리하는 것이다. "...헐. ......... 어, 알았어." 그리곤 뒤도 안 돌아보고 끝내버리겠지.
 
-핸드폰
문자에 답장을 했는데 아무것도 오지 않는 순간이 있다. (1명도 아닌 5명이 한꺼번에 한 순간에!)
나는 개통되지 않은 핸드폰 마냥,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한다. 
 
-가족
누군가에게 피부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이것은 나에게 너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없다면 당장은 살아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없이 노출되는 순간 온몸이 따갑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쏟아져나오는 부탁들. 여기도 그들의 집이기 때문에 그들은 어느 때보다 크게 말할 수 있다. 그것들이 내 귀를 건드리는 것이다. 동생(수진)은 다혈질이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화를 낸다. 소리를 치고 눈물을 흘린다. 동생(진아)는 어리광쟁이다. 부탁하지 않지만 원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손가락을 입에 문채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침 밥상머리에서 원하는 반찬이 나오지 않다든지, 밥상까지 자기를 모셔주지 않을 때 특히 그렇다.
엄마와 아빠는 생략하겠다.
 
 
 

꿈은 현실에서부터, 현실은 꿈에서부터.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꿈이라면 이것은 그냥 한낮의 꿈이라고 할테고, 현실이라면 그것은 너의 혼란이라고 말하겠지. 나는 여기에 있는데 나는 거기에 없다고해. 나는 어디있는걸까?
눈알1 가족
완전히는 아니지만, 우리는 너를 이해한다. 비록 니가 어려 니 결정에 확신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우리는 너를 믿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뿐이야. 그 이상으로 아무도 없어. 있을 것 같니? 그것은 꿈이야. 완전한 꿈. 꿈에서 깨어나야해. 안전하게 너를 지켜주마.
영원토록, 우리가 죽기 전까지. 할 수 있어, 이것은 내가 너보다 많은 경험을 가져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믿어라.
눈알3 동생
너를 바라보는 시선, 너와 함께할 사람의 시선, 니가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땀.
무엇을 결정하기엔 지금은 너무 덥다. 무엇을 결정하기엔 그때는 너무 쌀쌀하다. 무엇을 결정하기엔 그때는 너무 춥고 무엇을 결정하기엔 그때는 사랑하고 싶은 날씨일테니깐.
3. 창문에는 모기창이 달려있고 그 모기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비눗방울이 떠다니다가 모기창에 부딪히면서 톡톡 터진다.
하늘의 구름이 빠르게 움직인다. 문을 바라본다. 눈알들의 이야기들이 아주 작게 들린다. 창문을 쳐다본다. 모기창을 툭툭 건드린다.
창문으로 나간다.
어느 날, 창문 밖을 봤어. 날은 모처럼 흐렸고 바람마저 쌀쌀해 보였어. 그래서 거리로 나갔지 . (조금 낮은 목소리로) 햇빛이 너무 밝다. 햇빛에 녹아버릴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다 이 햇빛때문에 녹아가는 것일까? 나만 이 햇빛을 받고 있는걸까? 모두가 받고있겠지... . 아무도 거리에 있지 않았어. 그런데, 이게 정말이라니. 순간 울어버렸던 것 같아.
내가 사람을 지워버려서 방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랑 사람들이 지워져버렸는데 내가 방에서 나갔을 때랑은 무지 다르니깐 말이야.

-내가 글을 쓰면 주어인 '나'가 참 많이 등장한다.
-구글 독스에서 작업하고 티스토리에 업로드 한다. 뭔가 웃기다. 아직 이 블로그가 어색해서 그런가.
-어찌되었든 오늘은 날씨가 좋다.
오늘의 질문, 왜 나는 덥지 않은데 하자에 도착하면 내 등은 마치 물맞은듯함? 자전거의 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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