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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9.12 수료/검은방

시나리오


나는 아직 연결되지 않았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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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A. B가 즐겁게 깔깔대면서 길을 걸어가고 있다. B에게 전화가 온다. ‘잠깐만!’하고 B가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잠깐만 이라는 전화는 끊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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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의자. 두 명이 앉아있다. 아까 전화를 받은 소녀가 계속해서 전화를 한다. 요새 지내는 이야기에 대해 즐겁게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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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소녀 A 깔깔 거리면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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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속의 사람도 전화를 하는 B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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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 속의 사람이 연애를 하나보다. 전화를 받는 A가 연애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한다. (ex 와! 너 연애해? 어디서 만났어? 어떤 남자야? 야 며칠 됐냐?, 헐...그건 좀 아닌 듯.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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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 앉은 B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지만 멍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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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온갖 불빛들이 섞여있는 한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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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풍덩' 소리와 함께 갑자기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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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바닥에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나는 그곳을 상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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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와 집 안의 경계에 소녀가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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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과 블랙보드를 들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듯하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지 자꾸만 그 그림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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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그렸다 지웠다 를 반복하자 깨끗한 블랙보드는 어느새 조금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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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몸을 돌려 집 안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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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블랙보드에 물고기를 그린다.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라 그 모습을 상상해서 그리듯 전체적인 몸의 선 같은 것을 그린다. 그림을 다 그리고 블랙보드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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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거실의 작은 상 위, 소녀의 블랙보드만 상 위에 얹어져있다.

 

나는 나에게 감정의 문제 혹은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세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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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에 물이 채워진 채 식탁위에 있다. 어느 한 사람의 손이 물 컵을 집어 들더니 물을 마시곤 내려놓는다. 또 어느 한 사람이 물을 마시고 내려놓는다. 또 어느 한 사람이 물을 마신다. 이제 물이 얼마 안 남았다. 이제 마지막 사람이 물 컵을 들어올린다, 그러나 그 안에 물이 없어서 물 컵을 탈탈 턴다. 그 물이 식탁에 떨어진다. 그 위에 물 컵이 얹어진다. 컵은 처음보다 꽤 모서리에 가까워져있다. 소녀가 다가온다. 잘못해서 컵이 얹어져있는 테이블을 툭 친다. 컵이 떨어진다. 컵이 떨어지고 난 뒤, 컵이 있던 자리에 "나는 나에게 감정의 문제 혹은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세뇌한다." 라고 글씨가 써진다.

 

나는 이곳에서 살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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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눈 안에는 강물과 그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는 소녀의 손이 보인다. 눈 점점 클로즈업, 눈 안에 담긴 화면이 커진다. 소녀가 계속해서 던진다.

그러나 물에는 아무런 파장도 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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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던지기를 멈춘다. (sound 나는 이곳에서 살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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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에 소녀의 눈에 담겨있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소녀가 던지지 않았는데 돌맹이를 던진 듯, 물 표면이 일그러진다. 이번에 소녀는 창문을 화ㅡ악 하고 닫아버린다. 그리곤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불 속으로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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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화면을 배경으로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포커스 아웃되어 보여진다. 갑자기 멀리서 열쇠뭉치 소리와 거친 발걸음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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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dissolve 방문이 보인다. 그 거친 소리는 아까보다 더욱 크게 들린다. 어둠이 dissolve로 넘어온다. 그러면서 거친 소리가 멀리 가는 듯 소리가 희미해진다.

 

나는 그저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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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손이 소녀의 가슴 위에 얹어져있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린다. 손이 내려가 배 위에 얹어진다. 그러자 소녀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말하는 것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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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배에서 손을 뗀다. 그러자 소리는 조금 작아지고 동굴 같은 곳에서 말하는 것처럼 울린다. 그러나 소녀의 배에서 나왔던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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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있던 소녀가 몸을 움직여 침대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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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새끼발가락을 왼쪽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으로 쪼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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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베개를 만들어 그 위에 머리를 얹는다. 소녀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입을 벌려 "아ㅡ" 하고 소리 낸다. 그러자 배에서 나오던 소리가 멈춘다.

 

Sound)

"꿈은 현실에서부터, 현실은 꿈에서부터.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꿈이라면 이것은 그냥 한낮의 꿈이라고 할 테고, 현실이라면 그것은 너의 혼란이라고 말하겠지. 나는 여기에 있는데 나는 거기에 없다고 해. 나는 어디 있는 걸까?"

"무엇을 결정하기엔 지금은 너무 덥다. 무엇을 결정하기엔 그때는 너무 쌀쌀하다. 무엇을 결정하기엔 그때는 너무 춥고 무엇을 결정하기엔 그때는 사랑하고 싶은 날씨일 테니깐."

"나는 그저 쓰고 있다."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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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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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와 집 안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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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물이 투두둑 떨어지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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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무언가를 던지던 곳 에 모두 소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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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그곳들을 조심스레 손으로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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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훑은 손을 보자 그 손에는 먼지가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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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지를 멀뚱허니 보다 바람을 불어 손에 있는 먼지를 날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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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그 손을 옷에 닦는다. 그 손이 지나간 자리, 하얀색 물감이 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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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계속해서 묻은 것을 지우려고 애를 쓴다. 지워지지 않는다, 결국 번져서 옷이 얼룩덜룩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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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지우지 않기로 한다. 그리곤 터벅터벅 걸어간다.

 

(예정)Sound)

내 옷장과 내 이불과 내 방을 벗어나.

눈이 부셔 보이지도 않는

너무 어두워 보이지도 않는

상상만 하던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랬다. 나는 움직였다. 나는 생각했고 나는 상상했다.

이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것을 어쩐지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 내가 없었다는 것을 어째서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상상하던 내 머릿속에 있고 내 눈앞에서 아른 거리던 그 세상은. 그렇게 틀리지 만은 않았다.

조금 , 많이, 아주 많이 달랐을 뿐이다. 나는 우리를 피해 이곳으로 숨었었다. 그러나 더 이상 숨을 수도 없고 숨어서도 안 된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숨 쉬고 싶었다.

어깨를 지금보다 더 펴보고, 땅이 아닌 앞을 보고 싶었다.

발걸음을 옮긴다. 나 걸어걸어 어딘가 길을 물어물어 가려한다. 아직은 내 그림자도 발자국도 그렇게 진하지가 않다.

그렇지만 가야겠지. 그래, 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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